◆…"40년 묵은 종교인 과세 논란, 올해 마무리 짓겠다" =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사진)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조세일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종교인 과세 방침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문 실장은 "종교인 과세가 법제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 김용진 기자)
소위 '세금쟁이'들이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기는 문구는 "소득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매년 선보일 때마다 '과세형평성'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에는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맞다. 반면 소득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좀 더 높은 세금을 매기는 것도 타당하다.
문제는 종교인 소득만이 유독 원칙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채 '성역(聖域)'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수 차례에 걸쳐 종교인 과세가 추진됐지만 결실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정부와 종교계의 온도차는 여전하다. 조세형평성 측면에서 종교인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세금을 내야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찬성 의견과, 헌금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반대 입장이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인 과세 논란은 지난 1968년에 처음 공론화된 후, 무려 45년을 끌어온 문제다.
해답은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도 올해만큼은 사회적인 논란거리인 종교인 과세를 마무리 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향후 2년간 큰 정치 이벤트(선거)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시기도 적절하다는 의견이 조세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박근혜 정부 두 번째 세제실장으로 임명돼 중장기 세제정책의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는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과 인터뷰를 갖고, 종교인 과세 방침 등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에 대한 내용을 들어봤다.
대담 : 김진영 조세일보 정책팀장
정리 및 사진 : 강상엽 기자, 김용진 기자(사진)
Q. 우리나라의 세법은 너무 자주 개정이 이루어진다. 연평균 400건 이상 개정되고 있다는 통계치도 있을 정도다. 이 같은 조변석개하는 세법은 납세자들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어떤 대책이나 접근법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국민들이 일부 개정 사항을 어렵게 느낄 수 있으나 각종 경제정책을 적기에 뒷받침하기 위한 개정은 불가피하다. 국제거래, 전자거래 등 새롭고 복잡한 경제 현실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고, 다양한 유형의 탈세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세법 개정 내용도 납세자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간추린 개정 세법을 중심으로 최근 5년간 개정된 항목을 분석해봤더니 72.2% 규모의 항목이 세제지원, 납세협력 비용 감축 등을 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지만 세법을 자꾸 바꿔야 한다는 것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 앞으로는 큰 틀 안에서 중장기조세정책이라든지 로드맵을 만들어 놓고 예측가능성 있게 해가야 한다.
Q. 종교인 과세 문제에 대한 질문이다. 정말 정부가 종교인 과세 문제를 포기한 것인가. 올해 정기국회에서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 계획이신지 궁금하다.
☞ 작년에 통과됐어야 하는데, 국회에서 올해 다시 한 번 논의를 하자고 했다.
지난해 국회심의 이후 종교단체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종교계와의 의견조율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일부 교단에서는 반대하고 있다. 올해 조세소위에서는 지난 2월에 제시됐던 정부 수정안으로 논의해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과세형평성 문제도 있고, 그동안 사회적인 논란거리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교인 과세가 법제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
Q. 많은 전문가들이 미시적 관점의 세법개정보다는 중장기 관점의 세법개정이 필요하고, 큰 정치 이벤트(선거)가 없는 올해와 내년이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의 틀을 만들어 내는 최적의 타이밍이라고들 이야기한다. 특히 올해부터 정부와 민간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중장기 조세정책심의원회'가 신설돼 운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추진 경과는?
☞ 올해 4월 재정·복지·인구구조·통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중장기 조세정책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에 지난 9월에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을 발표하고, 국회에 제출했다.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에는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조세체계 구축, 과세형평성 제고, 안정적 세입기반 확보를 기본방향으로 해 세목별 운용방향 등이 담겨져 있다. 내년에는 심의위원회와 더불어 조세연구원 등 연구기관의 자문을 강화해서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을 발전시켜 나겠다.
Q.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이다. 전문가들 일각에서 세제실의 전문성이 과거에 비해 일정 부분 뒤처지고 있다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인사상의 문제 등 기재부 내부의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세종시 근무 등 전반적인 여건이 좋지 않지만, 이 같은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한 대책도 어느 정도 필요해 보인다.
☞ 최근 전문성 부족에 대한 문제제기는 비단 세제실만이 아니라 공직사회 전체의 순환보직 인사시스템에 대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한 군데에서만 계속 있으면 부패 소지도 있기 때문에 순환근무가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세제실의 경우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직위가 많아 일정 수준 순환보직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년부터 세제실 내 특정직위를 그룹화해 '전문직위군'으로 지정하고 4~5급의 경우 최소 8년, 과장급의 경우 최소 3년을 전문직위군 내에서 근무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전반적인 근무여건 개선 등을 통해 민간으로부터 우수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Q. 탈도 많고 말도 많지만, 세법개정 작업을 진두지휘하시느라 정말 고생이 많으셨다. 특히 함께 땀을 흘려준 세제실 직원들에게 평소 하지 못한 말씀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 해주시기 바란다. 아울러 조세일보 독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린다.
☞ 국정감사가 끝나 이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조세소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세법개정안 심의가 시작될 시점이다. 세제실 직원여러분 모두 사명감을 가지고 끝까지 적극적으로 국회 심의에 임해줄 것을 당부 드린다.
특히 국회의 심의를 생산적인 논의의 장으로 이끄는 데 조세일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발전 및 건전한 납세풍토 조성을 위해 노력해주신 조세일보와 독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올해 세법개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끝까지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Inside Interview] - 사람의 香 
"술자리에서 안주거리 안 되는 선배로 남고 싶다"
까까머리에 삐딱하게 걸친 교복과 모자.
빛바랜 사진 속에서도 반항기 가득한 눈빛은 금새 눈에 띈다. 중동고 시절 그의 모습이었다. 오죽했으면(?) 지금의 아내가 사진을 유심히 보더니, "불량배가 따로 없다"고 불평을 했을 정도다.
고교시절 '좀 놀았다'고 할 법한 그 소년은 지금의 자신을 상상이나 했었을까.
질풍노도의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수 십년이 지난 현재 모든 공직자들의 꿈인 '1급' 공무원 반열에 올라있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의 이야기다. 문 실장은 기획재정부 공무원 노동조합이 선정한 닮고 싶은 상사에 통산 3회 꼽혔을 정도로 상하 동료들에게 신망받는 유능한 공직자다. 깔끔하고 잘생긴 외모는 말 그대로 '덤'.
장교로 군에 입대해 공포의 7사단 최전방 철책소초장으로 근무한 문 실장은 '권위적인 리더십은 오래 못간다'는 철학을 가진 인물이다.
당근과 채찍을 골고루 섞은 '형님 리더십'으로 소대를 이끌었다고 한다.
"그때는 구타 등 가혹행위가 정말 많았던 시절 아니냐. 후임병들을 괴롭힌 선임병들은 나한테도 많이 당했다(웃음). 가혹행위 흔적을 찾아내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과천에서 근무할 때인가, 당시 소대원 한 명이 양주를 사들고 날 찾아왔더라. '그때 소대장님한테 당한 것을 지금에야 갚겠다'고. 그날 둘이 앉아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며 그 양주를 다 마셨다."
두주불사형 애주가도 아니요, 술자리를 찾아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동료 또는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을 트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보스기질을 갖춘 '상남자' 스타일이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은 일이 너무 많고 바빠 잘 못하지만 틈나는대로 직원들과 자리를 함께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통 시간이 안나지만 짬짬이 같이 운동도 하고, 카톡 등 메신저도 하면서 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운동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이야기지만 그는 자타공인 '축구 매니아'다.
실력도 출중하다. 통산기록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세제실 대표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며 큰 게임에서 골을 많이 잡아냈다고. 수 년 전 다리를 다친 후에는 시합 출전을 자제하고 있다는 귀띔이다.
공직선배로서 '문창용'이라는 사람은 공직후배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고 싶을까.
"술자리에서 '안주거리'가 되지 않는 선배로 남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거창한 것도 바라지 않아요. 후배들에게 그저 '그 양반 참 괜찮은 선배였다' 정도의 평가만 받아도 성공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고 전했다.
많은 중앙부처 공직자들이 그렇듯 문 실장 역시 높은 점수를 받는 가장은 아니라고.
"매일 새벽같이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는 아빠를 좋아하는 자녀들이 몇이나 되겠느냐, 어차피 우리 애들(문 실장은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은 그 쪽 과는 아닌 것 같지만 공직자의 길을 걷겠다고 하면 권하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약력]
문창용 세제실장은 누구?
▲1962년 ▲경기 남양주 ▲중동고-연세대 행정, 美일리노이주립대 경제학 석사 ▲행시 28회
▲춘천세무서, 남양주세무서 재산세과장, 재무부 세제실 소득세제과, 재산세제과, 재정경제원 대외경제국 외국인투자과 및 공보관실, 재정경제부 국고국 국유재산과, 청와대 파견(삶의질향상기획단), 재경부 경제정책국 기술정보과장, 재산소비세심의관실 국제조세과장, 소비세제과장, 조세분석과장, 관세국 관세제도과장, 통계청 통계교육원장, 기획조정관, 기획재정부 조세기획관, 재산소비세정책관, 조세정책관, 세제실장(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