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서 전 직원 마음 하나로…‘세금문제 걱정 마세요’
임환수 국세청장이 ‘국세청은 국민이 법에 정한 세금을 성실하게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관’이라고 천명하고 납세자와 진심어린 소통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화성세무서가 세무서를 찾은 민원인들의 고충을 원스톱으로 해결해주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화성세무서(서장 황신권)는 올해로 두 번째로 맞는 ‘세금문제 현장소통의 날’을 맞은 지난 11일 세무서 각 과를 대표하는 직원들로 구성된 ‘세금문제 상담팀’을 운영, 전 직원이 한마음으로 세무서를 찾을 당시 어두웠던 민원인들의 얼굴을 환한 미소로 탈바꿈시켰다.
국세청이 시행하는 ‘세금문제 현장소통의 날’은 매월 셋째주 화요일이라는 하나의 날을 정해 세무서 각 부서를 대표하는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아놓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세금문제로 고충을 겪는 납세자의 문제를 즉석에서 처리해주는 제도로 지난 10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세무서 부서간 칸막이를 없애고 전사적인 차원에서 세금문제를 가진 납세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사업자가 복잡한 세금문제에서 벗어나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경제활성화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국세청이 벌이는 대표적인 ‘정부 3.0 사업’이다.
화성세무서는 이날 각 과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을 세무서 4층에 위치한 상담실에 앉혔다. 민원인들이 어떤 상담문제들을 들고 올지 모르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라도 상담즉시 내용들을 파악해서 해결해주기 위해 상담팀은 최소 10년 이상 경력자들로 꾸려졌다.
부가・법인분야에는 정규남 조사관(부가소득세과, 7급)과 강인욱 조사관(법인세과, 6급) 외에 외부전문가인 김지현 세무사가 상담창구에 앉아 민원인을 맞았으며, 재산분야에도 재산세과를 대표하는 하영태(6급)・최미옥(7급) 조사관과 함께 정운백 세무사가 상담을 도왔다.
또 불복청구・징세분야 상담창구엔 납세자보호담당관실의 최미정(7급) 조사관과 송영인 조사관(징세계장, 6급)이 민원인을 상대했고, 현장애로 및 제도개선에 관한 상담을 위해선 곽순삼 조사과장과 이낙영 정보팀장이 상담실에 자리했다.
세금문제 상담실 문이 열린 오후 1시 30분. 문이 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5～6명의 납세자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들고 상담실로 밀려들어왔다.
8년 이상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을 요청하러 온 Y씨를 비롯해 부동산취득가액이 잘못됐으니 이를 고쳐주고 또 취득・등록세에 대한 경비를 인정해달라는 민원인 등 화성시가 도농복합지역이라는 특성을 지닌 지역답게 재산세분야 민원이 많은 것이 특징.
또 올 제2기 부가가치세 예정고지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D회사와 제2차납세의무자 지정을 취소해 달라는 S사 등 법인관련 세금문제 요청도 이어졌다.
이날 상담실을 찾은 민원인 가운데 단연 눈에 띈 사람은 세금문제에 대해 무지한 직원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찾아온 H사 관계자인 이정희(41세, 여)씨.
이씨는 “회사직원 J씨는 사업을 하는 형에게 명의를 빌려줬는데, 형이 체납한 1억2900만원의 세금과 1000만원이 공과금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딱한 사정을 알고 J씨를 고용하려 해도 채무가 많아 직원등록을 할 수 없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J씨를 정식 채용하고 직원등록을 하면 월급이 곧바로 압류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를 피할 수 있게 월 120만원 이하의 월급을 줘야 하는데, 급여를 맞추려면 J를 1주일밖에 고용할 수 없다는 것.
이씨는 “J씨는 3자녀를 두고 있는데 첫째가 장애인인데다 3살짜리 막내도 간이식수술을 받아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하는 딱한 사정”이라며, “집도 보증금도 없는 월세 30만원인 곳에 살고 있는데, 정작 세금을 체납한 형은 번듯하게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로부터 J씨 사정을 전해들은 세무서도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기는 마찬가지. 세무서를 찾은 민원인이 J씨 본인이 아닌 제3자인데다, 사연이 즉석에서 처리할 수도 없는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
이씨는 “오늘 상담결과 김지현 세무사를 비롯한 세무서로부터 고충신고서를 정식으로 접수시키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그나마 J씨에게 어떻게 하면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해줄 수 있는 실마리라도 찾은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이날 세무서를 찾은 민원인들의 세금문제는 즉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이어서 고충접수 후 처리를 위해 대부분 처리팀으로 인계가 됐지만, 올 제2기 부가가치세 예정고지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D회사의 요청에 대해선 즉석에서 결정취소가 결정됐다.
양유종 납사자보호실장은 “일반적인 절차를 따르면 민원인들이 민원을 내면 서류를 만들어 해당과에 보내고, 그래도 처리가 안되면 심리자료를 만들어 납세자보호위원회에서 채택여부를 결정하는데 보통 고충처리기한이 1달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원인들이 세무서가 운영하는 매월 셋째주 화요일의 ‘세금문제 현장소통의 날’에는 각 과에서 한자리에 모여 고충해결을 하기 때문에 처리가 빨라진다”며 “이날은 현장에서 즉시 고충상담하고 직권시정여부가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도저히 안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상담현장에서 즉각 결정할 수 없는 사안도 각 과에 마련된 고충처리반과 현장확인반 처리팀으로 넘겨져 납세자의 세금고충을 최우선 처리하는 만큼, 납세자들이 현장소통의 날 제도를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양 실장의 설명.
화성세무서의 이날 행사에선 특히 상담을 위해 찾아온 민원인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솔직하고 진실된 상담을 위해 상담창구 사이에는 파티션이 설치되는 등 세심함이 돋보였으며, 상담에 나선 직원들 표정에서도 ‘해결의지’가 엿보이는 진정성이 묻어났다.
김대건 납세자보호담당관은 “납세자의 작은 불편을 하나하나 귀담아 듣고 정성을 다해 고쳐 나간다면, 국민은 우리를 진심으로 신뢰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납세자들의 고충을 우선적으로 해결, 사업자는 사업에만 신경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신권 세무서장도 “세금문제 현장소통을 위한 상담실이 납세자 친화적이려면 무엇보다 상담에 나서는 직원들의 진정성이 담겨야 한다”며 “지역 특성에 맞춘 고충해결을 위해 진정성있는 상담실을 앞으로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황 서장은 이날 지역 여성경제인들과 간담회를 겸한 오찬자리에서 “법인사업자들이 자신의 세금문제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나 하청업체의 세금문제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며 “그래야만 진정한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서장은 이 자리에서 “하청업체 등의 세금문제를 수렴해서 세무서가 운영하는 현장소통의 날을 체계적으로 활용해 달라”며 ‘세금문제 현장소통의 날’ 제도에 대한 취지를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