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계좌로 퇴직연금 적립 후 퇴직시 현금화 방식
새누리당 "정부 부도 위험 없어 가상계좌 무방" 입장
전문가 "미래세대에 부담 전가하고 투자수익 못내" 지적
공무원 노조 "민간 대비 퇴직금 총액 적다" 반발
[이데일리 최훈길 정다슬 기자] 공무원 퇴직금 적립·지급 방식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명목적립식 확정기여형 퇴직연금’(NDC·Notional Defined Contribution) 도입을 전제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방식은 ‘명목방식’으로 매년 1개월 치 보수를 퇴직연금으로 적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공무원 퇴직금에 대한 재정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할 뿐 아니라 퇴직연금의 강점인 투자수익 창출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안 가상계좌로 퇴직연금 적립
새누리당이 준비 중인 공무원 퇴직금 현실화 방안은 민간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에 현금 대신 가상계좌를 도입한 방식이다. 연간 총급여의 1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정된 운용사에 위탁해 운용하는 확정기여형은 사용자의 부담금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고,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는 적립금 운용실적에 따라 변동되는 방식이다. 다만, 공무원 퇴직연금도 민간처럼 연금을 받게 되는 사람이 적립·운용사와 운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새누리당 법안의 최대 강점은 현금 대신 가상계좌를 이용함에 따라 현 세대가 짊어질 재정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2016년에 임용된 공무원이 30년간 재직한 후 퇴직할 경우 퇴직금에 대한 재정 부담은 2046년 이후에 발생한다. 새누리당은 공무원 퇴직금은 정부가 지급하는 만큼 부도 우려가 없어 가상계좌로 운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개혁 TF(태스크포스) 김현숙 의원은 “연금 충당부채 규모가 484조원에 이르는데 어떻게 퇴직연금을 현금으로 적립할 수가 있겠냐”며 “현재 지급하는 공무원연금 퇴직수당도 미리 적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투자수익 창출 불가능·재정부담 미래세대 전가
문제는 현금 없이 가상계좌만으로 운용하는 공무원 퇴직연금이 투자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다. 전문가들은 투자금이 실존하지 않는 만큼 투자수익 창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가상계좌 적립 방식으로 하면 현금 적립금이 없어 민간연금 같은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시행령에 따라 어떻게 연금 운용에 개입하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또한 명목적립 방식이 결국 재정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한다는 점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10년 뒤면 연간 7조원 이상 발생하는 공무원연금 적자도 막기 어려운 상황에서 명목적립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도입하면 양쪽으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명목적립을 현금적립으로 바꿔 정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새누리당 방안 민간보다 퇴직금 적어” 반발
공무원노조는 새누리당 법안대로라면 최종 퇴직금 수령금액이 민간의 일시 퇴직금 지급 방식보다 줄어든다며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앞서 공무원 퇴직금을 민간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이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공무원연금법 재정추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당 법안대로라면 7급 임용자가 30년 재직 후 4급으로 퇴직할 경우 받게 되는 퇴직금이 같은 기간 근속한 경우 민간의 일시 퇴직금에 비해 2242만원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퇴직연금은 공무원연금공단의 기금운용수익률(미래 전망치)을 적용해 30년간 적립해 받은 금액을, 민간은 퇴직 전 3개월간 받은 통상임금 평균 금액을 적용했다.
1996년에 임용된 공무원의 경우 민간 기준을 적용하면 퇴직금이 9172만원이지만 여당안대로라면 8356만원을 수령하게 돼 816만원이 적다. 2006년 임용자는 1532만원, 2015년 임용자는 2201만원이 적다. 법안이 예정대로 개정되면 최근 임용된 공무원일수록 퇴직금 수령액이 많아지기 때문에 편차도 늘어나는 구조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여당 약속대로 민간 퇴직금과 동일하게 지급하기 위해서는 시행령에 ‘근로기준법에 맞춰 퇴직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