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등 인사 구설
금융위,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내놔
금융감독원장이 전격 교체되고 은행연합회장 내정설이 도는 등 금융권에 일대 인사 폭풍이 감지되고 있다.
또 권력화 되고 있는 사외이사 문제 등 금융권의 끊이지 않는 지배구조 문제에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이 외에도 팽팽하게 맞서던 현대자동차와 국민카드가 가맹점수수료율을 합의하면서 내년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수수료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삼성카드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공고히 하면서 갈등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KB사태에 중도 하차한 최수현…진웅섭 새 원장 취임= 동양사태와 개인정보 유출, KB금융 경영진의 내부사태로 불거진 KB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에 결국 최수현 전 금감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18개월만에 물러났다.
최 전 원장 본인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KB사태에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의 사퇴를 공식화 한 당일 "KB사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8일 열린 이임식에서 "연이은 금융사고로 국민 여러분들게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이임사를 오래 전에 써 놓은 것을 일부 수정한 것이라며 이전부터 사퇴할 의사가 있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한편 새로 취임한 진웅섭 금감원장은 19일 열린 취임식에서 잇달아 발생한 금융사고로 추락한 금융산업과 감동당국의 신뢰를 회복시키고 금융사고 재발방지를 강조했다.
진 원장은 "주요 선진국의 경기둔화와 가계부채 문제 등 대내외 불안요인들로부터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공고히 지키고, 저성장 늪에 빠진 금융의 역동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현 금융상황을 진단한 뒤 "금융사고 등으로 훼손된 금융산업과 감독당국에 대한 신뢰를 하루 빨리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진 원장은 금감원 인사 이동에 대해서는 "언급하기가 곤란하다. 그런 자리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지만 주요 임원들이 진 원장보다 공직 선배이거나 나이가 많아 인사 태풍이 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최종구 수석부원장은 진 원장의 취임식 직후인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 은행연합회장 내정?…낙하산 비난 '시끌'=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임기가 이달 30일로 종료되면서 새 은행연합회장에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하마평에 올랐다.
그러나 하 전 은행장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팽배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연합회 이사회 멤버인 각 은행장들과 논의도 없이 하 전 은행장이 내정됐다는 소식 때문에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하 전 행장의 KB금융 회장 도전이 실패로 끝난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은행연합회장에 내정되면서 보은성 인사라는 주장마저도 제기되고 있다.
하영구 전 행장은 신제윤 금융위원장과의 인연 등 정관계 인사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스스로 밀실 인사를 획책한 당사자를 즉각 발본색원해 처벌하라"며 지난 20일 금융위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금융노조는 "은행연합회 후임 회장 인선과 관련해 이사회나 사원총회도 열리지 않았는데 특정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식이 금융권 고위관계자나 금융당국 관계자의 확인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부당한 개입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비난했다.
은행연합회 노조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낙하산 밀실 내정 인사 반대입장을 표명한다"며 "은행연합회장은 자율적 천거와 투명한 검증과정을 통해 선임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원기관들이 자율적으로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복수의 회장 후보 추천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후보 자격을 검증하는 회장 선임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금융당국, 금융사 지배구조 개혁 나서= KB사태로 불거진 지배구조 문제에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금융사의 사외이사에 대한 감시 강화 등을 포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다음달 10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금융권을 혼란을 빠뜨렸던 KB내분사태 등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가 잇달아 일어나면서 금융시장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사회가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뤄져 있으나 견제와 균형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해 경영진에 의존하거나 경영진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면서 "일부 사외이사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면서 권한만 있고 책임을 지지않아 자기권력화(Clubby Boards)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모범규준은 자산 2조원 이상의 금융사에 적용된다. 551개 금융사 중 118개사가 해당된다.
또 사외이사 활동에 대해 해마다 평가를 진행하고, 2년에 한번씩은 외부평가도 권고된다.
아울러 사외이사의 자기 추천을 금지해 자기권력화를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시장에 영향이 큰 은행이나 지주사의 경우 사외이사 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겸직을 제한한다.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도 누가, 언제,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선임하는지 구체적인 승계계획을 마련해 연 1회 이상 적정성을 점검하는 등 선임과정의 투명성도 확보한다.
이외에도 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신설해 CEO 후보군 관리를 상시화하고, 연차보고서에 보상 체계와 보수 총액을 주주총회 전 공시하도록 했다.
□ 현대차-국민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1.5% 타결=카드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를 놓고 갈등을 벌이던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가 현행 체크카드 수준인 1.5%의 수수료율로 최종 합의했다.
이는 당초 현대차가 요구해온 1.0~1.1%보다는 높지만 국민카드가 마지노선이라고 여기던 1.75%보다는 낮은 수치다.
이번 계약으로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내년 초 가맹점 계약이 만료되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수수료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복합할부 취급액 업계 2위인 삼성카드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갈등은 잠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