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VIX, 주가-경기선행지수간 상관관계 반전
통화정책에 따른 괴리..시장 흐름 변화 전조일 수도
금융시장 불안감이 높아지면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주가는 경기를 미리 선반영하므로 경기선행지수와 같이 움직인다?
과거에는 맞는 말이었지만 요즘은 아니다. 금융시장에서 공식처럼 통용됐던 현상이 최근 들어 깨지고 있다. 긐융시장의 큰 흐름이 바뀔 조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1997년부터 지금까지 주가지수와 경기선행지수간 상관관계는 0.6으로 플러스를 보였으나 지난 2012년 10월 이후부터 현재까지로 시계열을 좁혀보면 -0.1로 떨어진다. 과거 경기선행지수가 개선되면 주가 상승을 점칠 수 있었지만, 요즘은 경기선행지수가 호조를 보여도 주가는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달러화와 변동성지수 간 상관관계도 마찬가지다. 금융시장 불안이 높아져 변동성지수(VIX)가 올라갈 때마다 달러화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며 강세를 보이곤 했다. 따라서 달러인덱스와 VIX지수간 상관관계는 지난 2008년 이후 줄곧 양의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3월초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10월부터는 그 폭이 더 확대되 11월 중순 -0.1 내외로 커졌다.
이처럼 주요 공식이 깨진 데에는 통화정책 영향이 컸다. 경기가 좋으면 주가도 올라가기 마련이지만, 그동안의 주가상승은 다름 아닌 중앙은행의 돈풀기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동성이 지배하는 시장이었기 때문에 경제지표보다는 미국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증시를 가장 잘 설명했다”며 “금리인하에 뒤늦게 나선 한국의 경우 경제지표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데 유럽과 중국 경기 부진으로 기업 실적이 정체되거나 줄면서 증시와 경기선행지수간 괴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달러화 강세 역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감 때문이 아니라 미국 연준이 10월 양적완화를 종료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가운데 일본은행이나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동성을 더 풀면서 상대적으로 달러 강세가 더욱 강화된 측면이 있다.
한편으로는 금융시장이 리스크 보다는 경기회복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달러인덱스와 미국의 경기 모멘텀을 나타내는 미국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와의 상관계수가 지난해 중반부터 달러와 VIX지수 간의 상관계수를 역전하기 시작했고 올 하반기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였다는 것.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제는 리스크 보다 경기 펀더멘털의 회복 여부가 금융시장에서 참여자들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 역할을 하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제금융시장의 트렌드가 바뀌는 시그널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위험지표에 대한 미국 달러화의 민감도가 떨어진 것이 달러 강세로의 본격적인 추세 형성을 시사하는 선제적 시그널일 수 있다”며 “미세한 흐름이 금융시장 전체 흐름 변화의 전조가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