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회의 씨티號, 당분간 '하영구 WAY' 따른다

안정적 스몰은행 지향 판박이…중기금융은 신중

최근 새 선장을 맞이한 한국씨티은행이 당분간 기존 노선대로 항해를 지속할 전망이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28일 서울 중구 소공로에 위치한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경영방향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미은행에서부터 13년간 은행장으로서 씨티은행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던 하영구 전 은행장의 길을 당분간 따를 것으로 보인다.

기업금융, WM(Wealth Management), 카드라는 삼각축을 가지고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부분이나, 안정적인 스몰은행을 지향하겠다는 구상이 전임 행장의 노선과 100%의 싱크로율을 보여주고 있는 것. 

이날 박 행장은 "한국에서 어떤 원칙과 핵심가치로 가야 하나 직원들과 의견을 나눴으며, 가장 먼저 고객을 우선 순위에 둘 것이다"며 "민원없는 은행이 목표다"고 전했다.

지난해 노조와 갈등을 겪었던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추진됐던 작지만 강한 은행의 구축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지난해 하영구 전 은행장 때 전체 영업점 190개 중 3분의 1에 가까운 56개 점포의 통합을 이루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시켰던 효과를 구체적으로 시현해 내겠다는 것이다.     

다소 긍정적인 부분은 씨티은행이 2분기 희망퇴직 비용 750억원을 포함해 58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데 그쳤으나 3분기에 106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수익성이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여준 대목이다. 

박 행장은 "전임 하영구 은행장 때 선제적으로 영업점을 조정했는데 조직으로서 힘들지만 꼭 해야 하는 과제였다"며 "기업금융, WM, 카드 사업을 강화하고 소비자금융의 장기성장 기반 구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밝힌 구상에 따르면 향후 기업금융에서는 EMC(국내 글로벌 기업)에 주력해 구조화 상품 및 펌뱅킹/해외송금 솔루션에 집중하고,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울 계획이며, WM은 시장선도자의 위치를 유지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카드는 목표시장을 재설정해 인터넷 상거래나 여행 및 해외 사용을 강화토록 하는 등 가치선점에 주력하게 된다. 

또 디지털뱅킹의 역량을 강화해 이동 지점 및 STP(무방문 즉시 대출프로세스) 시행, 스마트 영업점 확충 등을 진행하게 된다.  

특히 그는 '목적도 맞고 방법도 맞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진선진미(盡善盡美) 경영을 자신의 화두로 내걸기도 했다.

박 행장은 점포 축소 등이 경영 축소가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듯 "스몰은행(small bank)은 축소지향이 아니라 작고 단단하게 가겠다는 것으로 처음부터 끝까지를 알지 못하면 단순화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에서 박 행장은 추가 구조조정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2분기 정도 지켜봐야 하지만 비용이 급증하지 않는 한 구조조정은 필요없다"며 "제가 영업하던 사람인데 구조조정을 하려했으면 CEO를 시켰겠냐"고 되물었다.

박 행장은 조직개편과 관련해 하영구 전 은행장의 발언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하 전 은행장이 하나 못해 준게 있어 미안하다고 하더라. 바로 임원들의 일괄 사표를 받아 놨어야 하는데 못했다는 거다"며 "하지만 씨티에는 승계프로그램이 있고 어차피 임원들의 계약기간이 3월과 9월에 몰려 있다. 조직개편은 자연스럽게 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또 박 행장은 기술금융에 대한 씨티은행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두번에 걸쳐 내부적인 검토를 했고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지 약간 혼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기술적으로 봤을 때 기술만 있고 담보가 없다고 하는 것은 금융하고는 맞지 않다. 기술에 대해서는 벤처캐피탈에서 돈을 댔을 것이고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대출을 받아야 할텐데 이 경우에는 담보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소신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박 행장은 최근 들어 직원 공개채용을 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 "과거 몇 년 동안 공개채용을 하지 않았는데 사실 다양성 문화를 추구하는데 기수 문화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며 "씨티는 수시채용으로 바꿔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 10명 정도 채용을 하는데 해외에서만 100명 넘게 지원을 했다"고 귀뜸했다.

이어 그는 다동 사옥 매각에 대해서는 "사옥 이전은 진행중이고 결정된 것은 없다"며 "적어도 내년에는 (이전이)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고 그 이후에나 일어날 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