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중복 위원회 통·폐합 등…대대적 조직개편"

임환수 취임 후 첫 국세행정개혁위원회 개최

기능이 중복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국세청 산하 각종 위원회가 통·폐합되고 본청과 지방국세청 조직을 슬림화시키고 일선 세무서의 부가가치세과와 소득세과를 통합하는 등 대대적인 국세행정 개혁 방안이 보고됐다.

국세청은 3일 서울 수송동 국세청사에서 임환수 국세청장 취임 후 처음으로 국세행정개혁위훤회(위원장 :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회의를 개최해 각종 위원회를 통·폐합하고 국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국세행정 운영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를 통해 그동안 기능이 중복된다고 지적받았던 세무조사감독위원회와 지하경제양성화자문위원회를 국세행정개혁위원회의 '세무조사 분과'로 통합키로 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는 조세정의와 과세형평성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과세당국은 조사행정력을 강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왔지만 세무조사가 지하경제 양성화 업무 중 하나로 인식되는 만큼 위원회의 기능이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국세청 규제개혁위원회의 경우 효율성 등을 고려해 국세행정개혁위원회의 '본위원회'로 통합키로 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납세자가 불편해하거나 어려움을 겪은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하는 것이 목적으로 국세행정개혁위원회에서도 해당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단 후문이다.

자발적 성실납세를 유도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 하는 세정 ▲공평한 세정 ▲준법세정 ▲건강하고 당당한 조직문화 등 4대 중점과제를 추진키로 했다. 납세자들의 성실납세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국세청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하기로 했다.

본청과 지방국세청의 인원을 줄이고 일선 세무서 인원을 늘려 현장 중심의 국세행정을 펼치기로 했다. 일선세무서 부가세과와 소득세과를 통합해 내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근로장려금(EITC) 업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서울국세청의 징세법무국을 송무국으로 개편해 송무기능을 강화한다.

납세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본청 통계기획담당관은 국세통계담당관으로, 역외탈세담당관은 역외탈세정보담당관으로, 법규과는 법령해석과로, 감찰담당관은 청렴세정담당관으로, 숨긴재산추적과는 체납자재산추적과로 명칭을 변경한다.

중소상공인들이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세무조사 유예 등 적극적인 세정지원 방안도 추진한다.

김기문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위원회 통합으로 개혁위원회의 기능과 위상이 한층 더 강화됐으며 이에 걸맞게 국민이 공감하는 세정개혁 과제 발굴에 더욱 박차를 가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세입 확보를 위한 최선의 길은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것"이라며 "이에 부합하는 세정운영 기조의 정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개혁위원들 중 김갑순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은 "무리한 세수확보를 위한 납세자 권익침해 사례를 철저히 차단하고 금융실명제 개정에 따른 과세문제에 대해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중소상공인은 물론 중견기업, 대기업도 전업종에 걸쳐 과거에 볼 수 없을 정도로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세정환경 조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중소상공인을 위한 세정지원 방향과 관련해 원윤희 서울시립대 교수는 "국세청에서 발표한 중소상공인지원 방안이 세금문제에 취약한 납세자에 대한 지원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혹여 세무조사의 객관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납세자에게 심어줄 수 있으므로 신중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재수 국세청 창조정책과장은 "국세청은 개혁위원들의 자문사항을 향후 세정운영 방향에 적극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며 "국세청 개청 50년을 준비하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세정 발전과제와 국민이 공감하는 개혁과제 발굴에 보다 많은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