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파문' 계기 개헌 논의 봇물, 野 '압박'…與지도부는 靑 '눈치'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문건' 파문을 계기로 국회가 '개헌 논의' 군불을 본격적으로 지피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블랙홀'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찌라시'로 일축하면서 '개헌' 깃발을 내린 상태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개헌 논의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인 현 시스템에 대한 폐해가 극에 달한 상태라고 판단, 강력히 밀어붙일 태세다. 특히 개헌 선봉장 역할에 나선 의원들이 당 대표급이거나 중진 의원들이어서 논의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는 전날 여야 대표, 원내대표 '2+2회동'에서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압박한 바 있다.
우 원내대표는 11일 정책조정회의에서도 "국민의 60% 이상, 국회의원 230명 이상이 개헌을 요구하고 있는데 청와대 말 한 마디에 논의를 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다음 주에 (여야 대표 회동에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희상·우윤근 이어 이해찬까지 '선봉' = 특히 이날 대선 직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력구조 개편과 헌법개정' 토론회를 주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토론회에서 "대통령 5년 단임제는 국정 어젠다(의제)를 추진할 기간이 너무 짧고 소통과 책임성이 취약하다"며 "주요 기관에 대한 임명권을 모두 청와대가 가지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고 권력 분산을 강조했다.
최근 국정농단 비선실세 의혹을 지적하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변화를 강조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가 권력을 많이 가지면 문고리 권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권력 분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與 이재오 '개헌' 의제 앞장…"정윤회 사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 이날 토론회에는 새누리당 비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도 참석해 박 대통령을 겨냥 "유신 독재 권력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지 않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이번 정윤회 사태를 보면 대통령이 해야 할 말 중에 이게 아니다 (싶은 말이 있다)"며 "청와대 실세가 진돗개라는 둥, 문건이 '찌라시' 모아놓은 거라는 둥 권력을 사유화하지 않고 그런 말이 나오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찌라시'라는 말은 속어로 술자리에서 하는 말이지 공식적으로 대통령이 말할 용어가 아니다"며 "찌라시라니…품위 자체가"라고 대통령의 언어 품격을 꼬집었다.
국정농단 의혹의 당사자인 정윤회씨가 전날 검찰에 출석해 '불장난'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사람이라면 적어도 '시끄럽게 해 미안하다' 정도 이야기는 해야 한다"며 "이런 게 총체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적폐"라고 거듭 비난했다
□ "김무성 논의 참여 땐 개헌 작업 가속화" = 일각에서는 현재의 개헌 논의와 관련해 새누리당내 친박-비박 간 계파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국회의원 300명 중 230명 이상이 개헌에 찬성한 만큼 계파 분류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10월 중국 방문길에서 있었던 '개헌론 봇물' 발언이 청와대의 비판을 받아 한발 물러선 상태이지만 김 대표의 개헌 의지는 누구보다 높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때문에 김 대표가 내년 상반기 내 논의에 참여할 경우 개헌 작업은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무성 대표와 친분이 있는 야당 중의원은 기자와 만나 "김무성 대표는 예전부터 개헌을 주장해왔고 의지도 강하다. 이 문제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지금은 발언을 자제하지만 국민 여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계속 청와대 눈치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