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이 웬말?"…세무공무원의 연말 풍경

야근에 주말근무, 그리고 각종 크고작은 세목들의 신고납부 업무가 쏟아질 때마다 정신없이 납세자들과 전투(?)를 벌이던 세무공무원들의 험난한 1년이 저물어가는 시점입니다.

십상시 논란, 4자방(4대강, MB자원외교, 방산비리), 담뱃값 인상 등으로 민심이 흉흉한 요즘 그래도 우리 세무공무원들은 납세자의 편의를 위해 연말 분위기를 잊은 채 일선 현장(세무서)에서 항시 대기하고 있습니다.

몸은 추워도 마음은 따뜻한 연말이라고 했던가요. '군대문화'가 아직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고 있는 국세청이지만 국세청의 구성원들인 세무공무원들은 연말이니 만큼 잠시나마 촉촉한 감성에 젖고 싶은게 인지상정.

지치고 힘들지만 국가운영의 원동력이 되는 세금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버텨온 1년. 올해도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온 세무공무원들의 한해 마무리를 엿볼까 합니다. 

□ '걸그룹'이 되기 위해 버텨온 수험생활…"여장이라니"

노량진 고시식당에서 수년간 설거지를 하며 버텨온 이력. 서울 모 세무서 소속 A조사관은 어렵게 그리고 오랜 시간을 공부한 끝에 비로소 올해 여름 세무공무원으로 첫발을 내딪게 됐습니다.

A조사관은 수개월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세무공무원 업무 수업을 그래도 잘 버텨왔노라며 올 한해를 자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일.

연말이 되자 세무서 내에서는 새내기들이 뭔가 보여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스물스물 피어올랐고, 논의의 결론은 '춤'이었습니다. 그것도 그냥 춤이 아닌 모 아이돌 걸그룹의 춤이었죠.  

가발을 쓰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무얼하고 있는지 실감하지 못했던 A조사관은 치마를 입는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었다고 합니다.

선배님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에 정신줄을 놓고(?) 힘껏 엉덩이를 흔들었던 그날. 그날을 A조사관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고백해왔습니다.

□ 다사다난한 분위기 속 자중하는 연말…"다 어디갔어?"

올 한해는 유독 사건사고가 많았습니다. 대형카드 3사 정보유출,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여수 앞바다 기름유출, 빙그레 공장 폭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윤일병 사망, 장성 요양병원 화재, 각종 지하철 화재, 판교 공연장 붕괴사고 등 많은 사고들이 우리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죠.

그리고 앞으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더는 언급하기 힘든 가슴아픈 세월호 침몰 참사도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세무서들이 매년 해왔던 송년회 행사를 취소하며 각 과별로 조촐하게 하자는 분위기인데요.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모 세무서 소속 B과장입니다.

평소 "안되면 되게 하라"는게 그의 신념입니다.

술자리가 없다면? 만들어야죠.

세무서 차원에서도 송년회에 대해 아무런 지시가 없었지만 B과장은 세무서내 아래 직원들에게 특정일에 시간을 비워놓으라며 지시했는데요. 하지만 직원들은 "어머니 생신이시라", "선약이 있어서" 등의 이유로 모두 빠져나갔다는 후문입니다.

직원들의 배신(?)에 쓰라린 속을 B과장은 독한 소주 한잔으로 털어냈다는 전언입니다.

□ 허리에 무리가는 백덤블링…"어젯밤엔 난 네가 미워졌어"

"어젯밤엔 난 네가 미워졌어", "어젯밤엔 난 네가 싫어졌어"

1987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어놨던 남성 3인조 그룹 '소방차'의 히트곡인 '어젯밤 이야기'의 가사입니다.

당시 대한민국을 뒤흔들어놨던 대 히트곡이 2014년 모 세무서를 다시 뒤흔들어놨다고 합니다. C조사관은 바로 이런 사실을 털어놨는데요.

C조사관이 모 세무서의 송년회에서 해야했던 안무는 소방차가 선보였던 곡예와 같은 백덤블링.

C조사관은 송년회를 일주일 남겨두고 동료들과 함께 이 안무를 일주일간 갈고닦아 결국 12월 초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비록 백덤블링은 무리일지라도 C조사관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댄스를 선보였고, 이에 세무서 선임들은 그들의 노력에 많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