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성(石成)장학회는 희한하네요"

“용근아! 네가 알다시피 나와 네 어머니는 한평생 살면서 초등학교 문앞에도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너희들만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에서 떳떳하게 살아 주었으면 한다이.”

아버지는 생전에 늘상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러던 아버지께서 유난히도 눈이 많이 온 1984년 12월 30일 한밤중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또한 나의 어머니는 이보다 한참 전인 내가 군복무 중이던 1972년 겨울에 먼저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그런데 아버지는 서울 구의동에 있는 자그마한 한옥집 한 채를 남겨주셨다. 가족들과 상의한 후에 집을 처분하여 마련한 5천만 원 상당의 유산을 10년간 재테크를 했더니 무려 2억 3천만 원으로 늘어났다. 당시 공무원 재산등록할 때여서 아내와 상의하여 장학재단을 만들기로 하였다.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 가운데 글자를 각각 따서 ‘석성(石成)장학회’라고 지었다. 당시 법인으로 인가를 받으려면 3억 원 이상이 되어야 했지만 돈이 부족했던 관계로 정식 법인으로의 설립은 불가능했다.

할 수 없이 석성장학회라는 임의단체로 장학사업을 시작하였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지 10년 만에 드디어 아버님과 어머님을 기념하여 석성장학회를 발족하게 된 나는 그저 감개무량할 따름이었다. 물론 지난 85년부터도 개인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해 왔지만 석성장학회로 정식 출범할 당시는 강원도 산골 마을 위주로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그 지역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계시는 목사님들께 장학생 추천을 정중하게 부탁드렸다.

목사님들께서 추천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었으나 석성장학회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보다 가난해서 공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뽑는다고 말씀드렸더니, “석성장학회는 참 희한하게 장학생을 선발하네요”라며 의외라는 반응들을 보였다. 하지만 그 뜻을 이해하시고는 다들 진심으로 고마워하셨다.

그러한 형태로 매년 꾸준하게 장학금을 지급하다가 드디어 2001년도에 와서 장학기금을 3억 원으로 늘릴 수 있게 되었으며,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정식으로 ‘재단법인 석성(石成)장학회’로 설립인가를 받게 되었다.

무엇보다 2004년 말, 국세청에서 명예퇴임하고 난 후부터는 가급적 내가 노력하여 벌어들인 수입으로 장학기금을 늘리기로 마음먹었다. 또 장학재단 일반 운영비를 최대한 줄이는 대신 수입의 80% 이상을 모두 장학금을 지급하도록 노력했다. 주변의 지인들도 나의 이러한 좋은 뜻을 이해하고 동참해 주었다.

장학회 설립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장학기금이 무려 17억 5천만 원으로 불어났다. 또 행정당국의 허가를 받아 이자가 많은 제1금융권은행의 후순위채권 이자수입과 세무법인 석성 본사와 일곱 개 지사에서 발생한 이익이 아닌 연간 매출액의 1%를 비롯해서 또 뜻있는 지인들의 후원금 등으로 매년 1억 5천만 원 상당의 장학금이 어려운 이웃들의 자녀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2천여 명의 어려운 중·고·대학생들에게 16억 상당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최근 2014년 4월 19일에는 장학재단 창립 20주년 기념행사와 더불어 2014년 장학금 전달식을 가졌다.

장학금 전달식 때마다 나와 아내를 비롯한 온 가족 모두가 하나님의 기적 같은 섭리와 은혜에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차질 없이 이루어져 가고 있어 더없는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석성장학재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사랑하는 아들 성제와 딸 수빈이에게 좋은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어 더더욱 애착이 가는 우리 집안 최고의 보물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딸 수빈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은 직장 봉급 전액을 석성장학재단에 내고 싶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딸을 잘 키웠구나 생각하고 나는 몹시 기뻤다. 또 3년 전 딸의 결혼식 때 받은 축하금 5천만 원과 1년 전 아들 결혼식 때 받은 축하금 1억 원 모두를 장학재단에 기부하게 되면서 아들 성제와 딸 수빈이에게 깊은 인연을 갖게 해주었다. 지금도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고 있는 아들과 병원에서 치과의사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랑하는 딸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진한 감동을 느낀다. 

사랑한다. 성제야! 수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