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4 2단계를 도입할 경우 보험사들 재정 건전성에 위기가 들이닥칠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보험사들은 손을 놓은 채 금융당국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IFRS4 2단계의 도입은 손해보험사보다는 생명보험사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단계가 도입되면 과거 생보사들이 판매했던 금리확정형 보험계약의 결손 발생이 자본을 감소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다수의 생보사들은 확정형 고금리 부채 점유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또 손보사보다 생보사 상품의 보험기간이 더 길어 할인율 등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생보사들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
□당국만 바라보는 소극적인 보험업계=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업계 빅3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현재 IFRS4 2단계 도입과 관련해 구체적인 대응 마련을 하고 있지 않았다.
이는 손보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성화재를 비롯해 동부화재와 현대해상 등은 IFRS4 2단계 도입과 관련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주요 생보사와 손보사들이 현재 IFRS4 2단계 도입과 관련해 전담 부서나 조직을 갖고 있지 않으며, 당장 이를 설치할 계획도 없는 것이다.
그나마 한화생명의 경우는 관련 이슈가 생길 때만 임시적으로 TF를 구성하고 있으며,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내부적으로 스터디를 하는 게 전부다.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아직 2단계 기준서가 확정 발표되지 않았는데 미리 대비하기에는 불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IFRS4 2단계 도입과 관련해 이창수 숭실대학교 교수를 비롯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은 도입 시기까지 준비 기간이 빠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는 2018년부터 시행되면 비교연도로 2017년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2017년부터 적용이 되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심각성 인지 못 해 충분한 인력 투입 없어= 금융당국에서는 IFRS4 2단계에 대비해 전문 인력부터 확충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허창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지난 국제정책심포지엄에서 "각 보험사들은 2단계 도입과 관련해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데 우선 해당 부서에 인력이 부족하니 충분한 전문 인력을 확충·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희대 동부화재 상무는 "보험산업은 인지산업인데 그동안 사람과 돈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사람과 인프라"라면서 "전담 팀과 인력, 즉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부원장보를 비롯해 금융당국과 보험연구원 관계자들은 IFRS4 2단계 도입과 관련해 보험계리·회계 인력이 많이 투입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주요 보험사의 계리사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 6월 기준 임원을 제외한 전체 직원 5572명 중 계리사는 115명이었으며, 한화생명의 경우는 같은 기준으로 총 4373명의 전체 직원 중 104명이 계리사였다.
삼성화재는 지난 6월 말 재직 직원 기준으로 총 5827명 중 110명이 계리사였고, 동부화재와 현대해상의 경우는 각각 4988명 중 46명, 3204명 중 45명이 계리사로 집계됐다.
지난 6월 기준으로 계리사 수만 살펴보면 삼성·한화생명과 삼성화재는 100명이 넘는 수로 가장 많은 계리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교보생명(67명)과 동부화재(46명), 현대해상(45명), LIG손해보험(36명), 메리츠화재(31명), ING생명(31명)은 각 순서대로 계리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알리안츠생명과 흥국생명, KDB생명, 현대라이프생명, 신한생명, 우리아비바생명, 에이스생명, 미래에셋생명, KB생명, 동부생명, 동양생명, 메트라이프생명, PCA생명, 푸르덴셜생명, 하나생명, 라이나생명, AIA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농협생명, IBK연금보험, 한화손보, 롯데손보, MG손보, 흥국화재, 농협손보, 악사손보, AIG손보, 에이스화재, 더케이손보, 에르고다음, 현대하이카다이렉트 등은 계리사 보유 수가 3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이들 중에는 계리사 수가 한자리 수로 집계된 보험사도 있었다. 심지어 에이스화재의 경우는 단 한명의 계리사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에르고다음과 현대하이카다이렉트에는 각각 1명의 계리사가 소속돼 있었다.
이 같은 수치에 대해 허 부원장보는 "각 보험사마다 다르겠지만 일부 주요 보험사는 계리사 인력이 많은 편"이라면서 "그들이 모두 관련 부서의 업무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고 일부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IFRS4 2단계가)정확히 얼마나 있다 확정시행 될 지 모르는데 몇 년간 그 인력들을 IFRS4 2단계만을 위해 일하도록 낭비할 수는 없다"고 푸념했다.
□전담 TF 구성한 미래에셋생명, 준비 상황은?=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보험사들 중 전담 TF를 구성해 IFRS4 2단계 도입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곳은 딱 한 곳으로 미래에셋생명이다.
수많은 보험사들이 IFRS4 2단계에 큰 관심을 쏟고 있지 않은 가운데 단 한 곳에서만 적극적인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IFRS4 2단계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전담 팀 'IFRS 도입준비팀'을 신설했다.
그 구성원을 살펴보면 팀장과 계리인력 3명, 회계사 1명, 상품개발·자산운용·리스크관리 각 1명으로 총 8명인데 아직까진 5명이 투입됐고, 내년 1월부로 상품·자산·리스크관리 인력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밖에 미래에셋생명은 기타 지원 조직이 있는데 이는 이미 앞선 지난 3월 만들어진 팀으로 관련 부서들의 팀장 9명으로 구성된 'IFRS 도입준비 TFT'이다.
IFRS도입준비 TFT는 그동안 스터디와 영향 평가를 중심으로 운영돼 왔으며, 신설된 IFRS 도입준비팀은 본격적인 실무적 준비를 위해 이번에 새롭게 마련된 조직이다.
현재 이들 전담 팀에서 하고 있는 주요 업무는 ▲IFRS4 2단계 도입 시 재무적인 임팩트 분석과 대응안 수립 ▲인프라(조직·인력·IT System 등) 재구축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제반 변화 ▲필요사항 등이다.
배창준 미래에셋생명 IFRS도입준비팀장은 "전사적 실행과제를 도출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전까지 전담 팀은 과제를 현업과 공동으로 수행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의 한 관계자는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면서 "경영진들뿐만 아니라 직원 모두가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고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