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국세청장 관용차번호, 왜 '700' 이었을까

'조세(租稅)'는 국가를 운영하는 기본 중의 기본으로 국민들로부터 조세를 납부하게 만드는 조세제도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탄생하기 이전, 먼 고대로부터 존재해 왔다.

통일신라는 각 호구마다 경제력을 파악해 9등급으로 나눠 세금을 부과했으며 조선왕조는 토지와 사람 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했고 근대로 넘어와 대한민국이 건국됐을 때도 조세제도와 조세징수를 담당하는 기관은 존재해왔다.

대한제국 시절, 조세행정 전담기구인 세무감독국과 세무서가 존재했고 1948년에는 재무국의 사세국(司稅局)이 신설되고 각 도에 9개의 국립사세청과 64개 세무서가 설치됐다. 지금과 비교하자면 본청이 기획재정부의 하나의 국(局) 단위 조직이었고 지방국세청이 국립사세청이었던 셈이다.

2년 뒤인 1950년 각 도에 9개가 있던 사세청은 서울, 대전, 광주, 부산 등 4개로 재편되고 세무서는 67개로 늘어났다.

복지재원 확보를 위해 세수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박 대통령과 부친인 박 전 대통령의 행보가 묘하게 닮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체하지 않고 정부조직을 개편, 국세청 신설계획 발표 두 달만인 1966년 3월3일 국세청 개청식을 거행했다. 지금 같으면 여론 수렴과 국회 통과 등 상당 기간이 소요될 만한 정부부처 신설을 달랑 두 달만에 끝내 버린 것이다.

개청 당시 본청은 징세국, 직세국, 간세국, 조사국 등 4국, 13개과와 양조시험소가 있었고 지방국세청은 4개, 세무서는 77개였다. 서울국세청과 부산국세청 산하 세무서는 각 24개였으며 광주국세청은 17개, 대전국세청은 12개였다.

□ 5500명·700억원 vs 2만명·190조원 = 지난해 세수실적 1위를 한 영등포세무서의 연 세수실적은 13조원이었고 전국에서 최하위 세수실적을 올린 한 영주세무서도 400억원 언저리의 세수를 확보했다. 하지만 개청 초기 국세청 전체의 세수목표는 고작 700억원 이었다.

1966년 국세청 개청 당시 5500명의 국세공무원이 세입예산 700억원을 목표로 열심히 뛰었다. 국세공무원 1인당 12억7000만원의 세수를 책임지고 있었던 셈이다.

어찌보면 적은 숫자이지만 1960년 1인당 국민소득이 79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당시에는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국세청 개청 전년도인 1965년 세수가 420억원이었던 점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은 국세청 개청과 동시에 불가능에 가까운 세수목표액을 잡은 것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경제발전을 위한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앞두고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고 세수목표액을 높게 잡았다는 것이 정설.

세수목표와 연관된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자면 당시 관용차는 대부분은 직급에 따라 번호가 부여되는데 국세청은 이를 과감하게 거부했었다.

1960년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차가 1호였고 2호는 국무총리의 관용차였지만 국세청장은 세수목표 700억원을 달성하기 위해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의 관용차 번호를 과감히 700으로 바꾸고 전화번호도 700이 들어가도록 했다.

그래서 당시 국세청장의 관용차 번호는 '서울 관 1-700'이었다.

700억원에 목숨을 걸고(?) 뛰어들었던 국세청은 개청 10년 만에 국세청 소관 세입 1조원을 돌파하는 비약적 발전을 했고 1986년에는 10조원, 1995년에는 50조원 등 가파르게 상승하다가 월드컵 붐이 휩쓸고 지나갔던 2003년 100조원을 넘어섰다. 10년 후인 올해는 190조원으로 상승하는 등 49년 만에 국세청 소관 세입은 2714배나 올랐다.

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만9000달러로 1960년대보다 367배 올랐다.

세수증대에 따라 국세청 직원도 매년 늘어 1975년 개청 10년만에 직원이 1만명을 돌파했으며 1985년에는 1만4800명, 1995년에는 1만7400명으로 늘어났다. 2000년에는 IMF 금융위기 여파로 직원이 1만6800명으로 다소 감소했다가 다시 상승세를 타올해는 2만48명으로 2만명을 돌파했다.

이런 행사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옛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국세청의 여러 행사들.

가장 이색적인 것은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주산경진대회다.

컴퓨터는 물론 계산기도 흔치 않았던 1960년대 주판으로 누가 빨리 계산하느냐가 국세청 직원 능력평가의 최우선 요소였다.

영수증 받기 운동도 당시에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영수증 받기 운동은 1972년 서울국세청에서 실시한 행사로 당시에도 상당히 이색적인 행사로 평가받았다. 이 행사는 영수증 주고받기 운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실시된 것인데 국세공무원과 그 가족들이 각 세무관서에 비치된 영수증비치함에 받은 영수증을 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후 10년 뒤인 1982년에는 영수증 주고 받기 결의대회가 열려 전국적으로 영수증을 주고 받자는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1970년에는 국민엄마로 손꼽히는 배우 김혜자 씨와 선우용녀씨가 일일 명예서장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1971년에는 국세청 컴퓨터센터가 개관, 1975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국세청 컴퓨터센터 가동'이란 굵직한 헤드라인으로 언론에 일제히 보도된 컴퓨터센터는 세정의 과학화를 위해 서울 양평동에 2000평 규모로 지어졌으며 연간 5300만건 이상의 과세자료를 처리할 수 있었다.

국세청은 1976년 순차적으로 종합소득세 고지서 작성, 법인세신고 결정 분석, 자가용 자동차 소유 및 재산세 납부실적에 의한 개인소득의 추적조사를 전산처리로 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국세청 업무가 '수기'에서 '전산'으로 바뀌는 획기적인 순간이었다. 

1970년 중반부터 일반 상점들에 설치하도록 한 금전등록기는 지금의 POS정도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일종의 영수증 발급기이다.

세원발굴을 위한 영수증 주고받기 생활화가 유명무실해지자 국세청은 금전등록기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는데 당시 형평성 논란이 거세게 일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일반과세 대상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금전등록기를 설치해야 했지만 의무대상에서 하루 거래 30건 미만 사업자는 대상에서 제외토록 해 고가제품을 파는 금은방, 가구, 시계 등 국세청의 감시망을 피해가고 커피나 국밥을 파는 영세 사업장은 금전등록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이에 국세청은 1983년 금전등록기를 설치하고도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 영업허가를 취소하는 등 강력한 처벌책을 들고 나왔다.

지금의 현금영수증 의무발급과 비슷한 제도이다.

영화관(극장)의 세원을 발굴하기 위해 관람객이 들어가면 자동으로 집계하는 '자동계수기'도 영화관에 설치되기도 했다. 세원발굴을 위한 국세청의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모습이다.

1977년에는 부가가치세 예행연습도 진행됐는데 이 행사는 예상 외로 큰 성과를 거뒀다는 호평을 받았다. 당시 고재일 국세청장의 "업무처리능력을 완벽하게 갖추라"는 지시 하에 시행된 예행연습에선 세금계산서 작성절차 및 통보, 수입신고서 세금명 기록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평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