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펀드시장은 다사다난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러시아 디폴트 위기, 유럽 경기 저조, 유가 하락 등 쉴 새 없이 불어오는 외풍에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투자 피난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은 갈 길을 잃었다. 하지만 이런 때에도 길은 있다. 2014년 펀드시장을 돌아보고, 2015년 기대되는 펀드를 골라본다.
2014년 펀드시장은 국내주식펀드의 부진과 중국 등 해외주식펀드의 진작이라는 양극화가 특징이다. 위험 회피 심리로 국내주식펀드와 해외주식펀드 모두에서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미국·인도·중국펀드는 선전했다.
국내 펀드 중에서는 중소형주와 가치주펀드가 강세를 보였고,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채권펀드와 MMF(Mony Market Fund)로 유입됐다. 2015년에는 미국 경기 회복으로 대형주펀드가 힘을 받고, '절세'와 '배당'에 초점을 맞춘 투자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해외주식펀드 '인기 몰이'…미국·인도·중국 수익률 고공행진 중=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만, 인도 주식시장까지 강세를 보이면서 해외주식펀드는 다른 유형의 펀드보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후강퉁(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 간의 교차매매 허용)과 중국 정부의 정책 기대감으로 중국펀드도 인기 펀드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펀드는 우리나라 해외주식펀드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 투자 비중이 15~50%에 달하는 신흥국펀드의 비중이 크다. 중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11월 이후 브릭스(Bric's) 펀드, 친디아 펀드, 이머징(EM) 펀드 등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주식펀드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중국 주식시장의 성과는 부진했었다. 해외주식펀드 투자자들은 수익보다 손실의 경험이 더욱 많고, 해외주식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가 시행되면서 중국펀드 투자에 대한 유인이 떨어졌다.
유안타증권과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중국펀드를 필두로 해외주식펀드의 설정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투자 규모가 가장 큰 중국펀드와 브릭스펀드의 설정 규모 감소 규모는 각각 1조2590억원과 3661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12월, 중국·대만·인도 펀드의 수익률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6일 기준, 연초 이후 인도펀드는 38.3%, 중국펀드는 14.9%, 아시아펀드는 14%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 국내주식펀드 저조…하지만 배당·절세 펀드는 웃었다= 올해 국내주식펀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갇혀 주식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이어졌다.
하지만 가치주펀드, 중소형주펀드, 배당주펀드,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 공모주펀드 등은 선전했다.
가치주펀드와 배당주펀드 운용에 강점을 가진 신영자산운용은 작년 말 3조3000억원이었던 국내주식펀드 설정 원본이 11월 기준 6조원을 넘어섰다.
가치주펀드와 배당주펀드 운용을 주축으로 하는 한국밸류자산운용과 베어링자산운용도 작년 말 대비 11월까지 각각 1조2000억원과 5382억원의 설정 원본이 늘어났다.
최근 3년 성과가 우수한 에셋플러스운용은 작년 말 2855억원이었던 국내주식펀드 운용 규모가 올해 11월 1조 218억원까지 늘어났다.
□ 2015년, 배당·절세·대형주가 키워드= 올해처럼 내년에도 '배당'과 '절세'에 초점을 맞춘 펀드가 시장의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배당 확대에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SDS, 제일모직, 쿠쿠전자 등이 상장하면서 공모주에 투자하는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와 공모주펀드로 자금 유입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에는 삼성그룹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화 됐다.
미국 경기 회복은 수출 대기업의 실적 전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공적연금(GPIF) 등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증가는 중소형주보다 대형주에 수혜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주식시장이 박스권에서 움직이면서 가치주펀드와 중소형주펀드가 강세를 보였다. 내년에는 미국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출 대기업의 실적 호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해외 기관투자자의 투자 증가 등 호재가 대형주의 수혜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올해 같은 경우 가치주, 배당주, 우선주펀드가 선전했다. 내년에는 전반적으로 투자수익률이 더욱 좋을 것 같다. 올해 투자수익률이 안 좋았던 이유가 내수와 기업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책 심리로 인해 내년에는 성장 기로에 들 것이다. 가치주펀드와 성장주펀드에 양면전략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덕진 미래에셋자산운용 PM본부 본부장은 "장기 자금일수록 국내보다는 다양한 우량 자산을 갖고 있는 해외가 더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컨슈머 주식은 유가 하락 추세와도 영향이 있어 소비주들의 수혜를 예상할 수 있으며, 꾸준하게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는 해외주식·채권펀드도 정기예금 대비 훌륭한 대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