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은행 임원 겸직, 조직 축소 불가피
◆…KB금융지주가 이전하게 될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절대권력이자 '옥상옥'으로 상징되던 KB금융지주의 명동 시대가 막을 내린다. 지난해 전 금융권을 혼란에 빠뜨린 'KB 사태'가 결국 KB금융 지배구조 전체를 뒤집어놓은 것이다.
7일 KB금융 및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이달 안에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주에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2008년 KB금융지주 설립 이후 명동에 터를 잡은 지 7년 만에 국민은행과 한 지붕을 아래 놓이게 된 것.
이에 대해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이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면서 국민은행에 보다 더 집중하기 위해 한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이 국민은행의 훼손된 신뢰를 되찾고 은행에 보다 더 집중하기 위해 지주 이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KB금융 수장들의 경영권 내분이 KB금융지주 지배구조를 흔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명동에 있는 KB금융과 여의도 국민은행의 물리적 거리만큼 그룹 수장과 은행장이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의 동반 퇴진을 불러온 'KB 사태'는 경영권을 둘러싼 내분의 '결정판'이었다.
이를 이유로 금융당국은 KB금융이 사활을 걸고 추진한 LIG손해보험 인수에 제동을 걸었고, 이 사태에 책임이 있는 KB금융과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에게 물러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윤종규 회장은 사외이사 자진 사퇴를 설득하는 동시에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적극 반영, '내부통제 강화 및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으며 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또 정부의 배당촉진정책에 적극 동참하는 등 금융지원에도 나섰다.
이러한 노력으로 KB금융은 지난달 24일 LIG손보 인수를 승인받았다.
윤종규 회장이 당분간 은행장까지 겸직하기로 결정한 것은 내분의 씨앗을 사전에 없애겠다는 의도로 관측된다. 되풀이돼 온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의 '힘겨루기'를 막겠다는 포석인 셈.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KB금융 수장은 외부에서 찍어서 내려 보내는 경우가 많아 지주 회장과 은행장 사이 알력다툼으로 인해 지배구조 리스크가 상존했지만, 윤종규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데다 지주를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으로 옮기기로 하면서 내분을 줄이고 지배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KB금융지주가 여의도 본점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지주 조직 자체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 내 홍보와 리스크, IT 담당 임원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국민은행 임원이 겸직한다.
KB금융 관계자는 "김기환 국민은행 소비자보호그룹 상무가 지주 홍보까지 총괄하고, 지주 리스크와 IT부분은 각각 박정림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과 김기헌 IT그룹 부행장이 겸임한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LIG손보 인수와 국민은행 수익성 회복 등의 과제 해결에도 나서고 있지만 지배구조 안정화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지주 이전과 더불어 윤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안정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