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빼"를 요구한 한국세무사회(회장 : 정구정)와 "못 빼"를 선언한 중부지방세무사회(회장 : 정범식)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세무사회는 최근 전산자격시험 전담팀 사무실 공간이 부족, 세무사회 건물 5층에 자리잡고 있는 중부세무사회 사무실을 이전시킨 후 그 공간에 전산자격시험 전담팀 사무실을 배치하겠다고 중부세무사회에 통보한 상태다.
하지만 중부세무사회는 위상에 걸맞지 않는 사무실 마련 없이는 세무사회관 건물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며 강경하게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오전 중부세무사회는 확대임원회의를 열어 세무사회 건물에 위치한 중부세무사회 사무실을 충분한 보상 없이는 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해 이를 방주인(?) 정구정 세무사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 "말도 없이 자식 나가라는 부모 어디있나" = 세무사회는 작년 12월30일 제29차 상임이사회를 통해 중부세무사회를 현재의 본회 건물에서 타 건물로 이전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전산자격시험 전담팀'이 들어설 사무실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세무사회 관련 자격시험 및 교육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무실 공간 확충이 필수라고 밝혔다. 매년 거액의 수익을 안겨다 주는 '효자상품'을 담당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세무사회 입장에서는 '배려'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하필이면 중부세무사회를 건드렸다는 부분이다.
세무사회의 방침에 중부세무사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무사회가 중부세무사회에게 사무실을 비우라고 통보한 기간이 이달 2월말까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30일 중부세무사회 이전을 결정하고 2달만에 이전을 종용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주장이다.
또한 세무사회가 이전비용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10억원이라는 금액은 2800명의 회원을 가진 중부세무사회의 위상에도 걸맞지 않다는 것이 정범식 회장의 설명이다.
현재 세무사회는 중부세무사회에 본회 건물 근처에 소재한 10억원대 전세 사무실을 지원하겠다는 당근책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정범식 회장은 "중부세무사회가 나가야만 했다면 사전에 중부세무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구했어야 한다"며 "아버지가 자식을 분가시키더라도 '내가 이 자리를 정해놨으니 여기서 살아라'가 아니라 서로 얘기해서 결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나"라고 말혔다.
그는 "중부세무사회는 확대임원회의를 통해 적절한 거소가 마련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결정해 정구정 회장에게 전달했다"며 "이전할 사무소의 규모는 중부세무사회의 위상과 타 지방회와의 형평성에 맞는 수준을 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무사회는 중부세무사회 사무실 이전은 전 중부세무사회장인 한헌춘 회장때부터 거론되어 왔던 문제라며 반박하고 있다.
◆…지난 1998년 지어진 한국세무사회 본관. 현재 세무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중부지방세무사회는 본관 5층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 = 김용진 기자)
세무사회 관계자는 "중부세무사회는 전 회장인 한헌춘 회장때부터 사무실이 좁다며 이전을 언급해왔다"며 "현재 중부세무사회는 세무사회 건물 5층 중 40평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인근의 사무공간으로 옮겨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원도, 파주, 인천 등 중부회원들의 접근성을 고려했을 때 중부세무사회는 서울에 있는 것이 맞다"며 "고용노동부에서 전산세무회계시험 횟수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응시자 정보를 담은 USB 보관공간 및 전담팀의 공간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모 지방회관처럼 당장 신축을 하기는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전산세무회계시험은 현재 연 4회 실시되고 있으나 시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연 6회로 시험 실시 횟수를 늘려달라는 고용노동부의 권고가 있었다는 것이 세무사회의 설명이다. 세무사회는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 올해부터 시험 횟수를 일단 1회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 중부세무사회 vs 세무사회, 'Round 3' = 세무사회와 중부세무사회의 회관 사용을 둘러싼 갈등은 앞서 두 단체 사이에 벌어졌던 또 다른 갈등과 오버랩되면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세무사회는 지난해 6월25일 본회 이동일 감사가 중부세무사회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이후부터 중부세무사회와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당시 이 감사는 중부세무사회가 회원교육을 진행한 뒤 생긴 수익금을 본회에 입금하지 않았다며 특별감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중부세무사회는 전직 회장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횡령으로 몰아가는 이 감사의 주장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중부회에서 직접 주관해 관리하는 교육의 경우 잉여금을 본회에 송금했고 각 지역세무사회에서 주관한 교육의 잉여금은 지역회에 반환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8월에는 중부세무사회 사무국장을 끝으로 퇴직한 K모씨가 이동일 감사를 상습 폭언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K모씨에 따르면 이동일 감사는 지난 2012년 10월부터 1~2년간 감사실 등에서 "형사 고발을 하겠다", "중부세무사회 임원들과 공모해 회비를 횡령했다"며 사표제출을 종용하고 '눈ㅇ을 확', '시ㅇ'등과 같은 심한 욕설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두 사안 모두가 현재 미해결 상태인 가운데 이번 중부세무사회 사무실 이전 문제로 다시 한번 부딪히게 된 것이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지난 상임이사회에서 중부세무사회 이전 문제가 느닷없이 안건으로 상정된 것으로 안다"며 "당사자인 중부세무사회에 언질도 없이 사안을 통과시켜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