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놓인 경제…금융산업, 경기 회복 원동력 돼야"
하나금융그룹과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로즈텔러(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을 놓고 갈등을 키우며 금융권을 어지럽혔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지던 정규직 전환 문제가 큰 틀에서는 합의를 이뤘지만 임금 수준이나 자동승진 여부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반면 업계 1~2위의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노사가 임금단체협상을 무리 없이 마무리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편, 금주에는 금융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경제를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5 금융인 신년회'에 모인 금융인들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위험이 높아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처방했다.
□ 한 치 양보 없는 하나금융 vs 외은 노조…불신 팽배 =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을 놓고 지주회사인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로즈텔러 정규직 전환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나금융과 외은 노조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 하나금융이 제시한 통합 일정은 오는 3월이나 지금까지 이렇다 할 대화의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외환은행 노조 역시 점차 다툼의 명분을 잃어가면서 실익도 챙기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012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3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만큼 하나금융은 애가 타는 상황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2013년 10월 합의한 대로 6급 행원으로의 전환과 함께 급여와 복지, 승진 기회(일정기간 후 자동승진) 등이 동일하게 부여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하나금융 측은 정규직 전환시기와 급여수준, 자동승진 등에서 노조와 이견을 나타내고 있으며 노조의 요구가 경영상의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박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7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정규직 전환관련 경영진 입장'을 통해 "조기통합을 위한 대화는 외환은행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파행을 거듭해 대화가 중단된 상태"라며 외환은행 노조에 책임을 떠넘겼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문제 관련) 합의된 사항이나 시기의 문제이고 노조가 무리하게 요구하는 측면이 있다"며 "현재 비정규직 보호 문제는 모든 기업의 이슈라서 사회적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8일 성명서를 내고 "정규직 전환 문제와 관련해 무리하거나 새로운 요구를 한 적이 없고 하나금융이 양보한 적도 없다"며 "노조와 하나금융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 논의 과정에서 하나금융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갈등을 지켜보고 있는 금융당국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통합 승인의 전제 요건으로 노사 합의를 내세웠으나 현재는 노사 합의가 없어도 신청서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쪽으로 태도가 변한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하나금융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을 언급하기 시작한 지난해 7월부터 줄곧 "노조와 합의를 전제로 통합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해왔다. 이 때문에 노조와 합의 없이 통합 승인을 신청한 하나금융은 신청서를 되돌려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노사간 갈등이 좀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하나금융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제윤 위원장이 노사 합의가 전제조건이라고 말한 것은 정부가 책임을 덜기 위해서이다. 완벽한 합의보다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다고 생각이 되면 승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과 달리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무리 없이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체결해 대조를 보였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올해 임금인상률(일반직 기준) 2%를 받아들였다.
국민은행 노사는 지난해 1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무기계약직 4200여명의 경력을 당초 36개월에서 60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신한은행 노사는 상대적으로 저임금을 받는 개인고객창구 서비스 직군에 대해서는 임금 4% 인상과 45세 이상 직원에게 지원되는 건강검진 지원비를 올리기로 했다.
□ 한 자리에 모인 금융인 "우리 경제 위기에 놓였다" = 지난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금융기관과 금융계 인사가 한 자리에 모여 "우리 경제가 위기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보면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며 "많은 전문가들이 세계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고 올해는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이어 "글로벌 금융규제 기준은 대다수 금융기관의 영업전략과 수익상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산업을 육성해 경기회복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핀테크(금융·IT 융합 기술), 인터넷 전문은행 등 보다 가볍고 빠른 플레이어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 산업에 경쟁과 혁신적인 변화를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핀테크와 창조금융 등 시대적 조류를 활용해 한국 금융의 성장동력을 끊임없이 창출하도록 금융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며 "가계 빚의 체질 개선과 기업 부실 위험의 상시적 관리에 역점을 두고 시장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