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종잣돈이 불어간다 싶을 때, 어느덧 다른 고민이 생길 것이다. '금쪽같은 이 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하지?'
예·적금, 주식 등 전통적인 투자처에,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금융상품까지. 너무 많은 투자 메뉴는 투자자의 선택을 곤란하게 할 수 있다.
종잣돈을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5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예·적금 등 원금보장형 안전상품에 투자하는 방법, 금·골동품 등 현물에 투자하는 방법,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법, 채권을 사는 방법,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이들 투자처의 장단점을 알아보고, 구미가 당기는 투자 방법을 골라보자.
□ 예·적금, 양도성 예금증서, MMF(Money Market Fund), 인플레이션 이길 수 있나? = 안전보장형 상품의 장점은 그야말로 '안전'하다는 것이다. 예·적금과 양도성 예금증서는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고, MMF는 원금보장이 안 되지만 구조상 손해를 볼 확률은 극히 적다.
단기 안전상품 가입자라면 은행 등 금융사에서 제공하는 이자를 받고, 내가 원하는 때에 돈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자가 너무 짜다. 예·적금의 이자가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 장기적으로 예치했을 때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을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율(물가상승률)을 5%라고 가정하자. 1000원의 가치가 매년 50원씩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10년 동안 예·적금에서 이자에 붙은 세금을 떼고, 인플레이션율까지 고려하면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깎인다. 예·적금 등 상품은 종잣돈을 마련하기에는 안전하다. 하지만 장기적인 투자처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 금은·그림 등 수집품, 금은 가격 떨어지고 수집품 손실 위험 존재한다 = 금과 은은 전통적으로 '부'와 '권력'의 상징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든든하다. 얼마 전, 한 고인의 65억원 어치 금이 발견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고인은 부인과 자식 몰래 방바닥에 엄청난 양의 금괴를 묻어뒀다가 치매로 사망했고, 10년이 지나서야 가족들에 의해 금괴의 존재가 알려졌다.
그 고인에게 금은 최고의 재테크 수단이었을 것이다. 중국 명·청 시대에 금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았던 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금과 은이 최근에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2010년부터 최근 5년 동안 금 시세 추이를 보면 2011년 9월 23일 1돈(3.75g) 기준 25만6166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가 하향세를 걷는 중이다. 9일 기준 금 1돈의 가격은 15만9337원이다. 은(순도 99.9%)도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은은 9일 기준 1돈의 소매가가 2552원을 기록하고 있다.
오래된 자동차나 우표, 동전, 그림 등 골동품을 모아 수익을 얻는 경우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이들 품목의 소장가치가 높아지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더 큰 위험이 수반된다. 수 년 동안 모아오던 골동품을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린다면? 혹은 수집품이 오랜 세월 후 가치가 없어져 폐품으로 전락한다면? 더군다나 골동품 수집에는 상당한 전문지식과 수집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 집·땅 등 부동산…거액 종잣돈+대출이자까지 스케일이 크다 = 부동산을 사는 것은 '주거'에 대한 실질적 필요와 재테크 수단이라는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될 수 있다는 것이 메리트이다.
그 동안 부동산 중 주택은 인플레이션과 거의 동일하게 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재테크 수단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서울 내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3억3000만원을 호가하는 이 시대에 주택을 일시불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주택 구매자는 일반적으로 집값의 20~40%를 자기자본으로 내고, 나머지는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시중은행이 내준 주택담보대출 금리(신용 1~3등급 기준)는 SC은행 연 3.10%, 국민은행 3.14%, 외환은행 3.24%, 하나은행 3.25%, 씨티은행 3.26%, 신한은행 3.27%, 우리은행 3.30% 순이다. 2015년 초 일부 은행의 경우 최저 2.7%의 변동금리와 최저 2.9%의 고정금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한국주택금융공사의 고정금리 상품인 보금자리론도 올 들어 1%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저금리를 이끌고 있다. 12월 기준 10년 만기는 연 3.2%이며, 15년은 3.3%, 20년은 3.4%, 30년은 3.45%다. 보금자리론의 경우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연 4.3~4.55%에 달했다.
4억짜리 아파트를 매수할 때 20%인 8000만원을 자기자본으로 넣고, 나머지 3억2000만원을 3.2%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월 85만원의 이자를 내야한다. 주택가격이 연 평균 1024만원을 초과하거나, 구매한 주택에서 직접 살지 않고 월세를 줘서 월 85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면 부동산 구매는 일단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지역마다, 부동산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서울에 부동산이 있다고 가격이 모두 상승하리란 보장은 없다. 주택을 구입했다면 직접 살 것인지 월세나 전세를 줄 것인지, 주택의 주변 환경은 어떤지, 정책적으로 개발 계획은 어떤지 등을 따져야 한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한 번에 목돈이 들어가고, 한 번한 선택을 취소하기 어렵다. 또 대출 받은 경우 대출금이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부동산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
□ 국채·지방채·회사채 등 채권…수익률이냐 위험 감수냐 = 채권이란 투자자가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증거를 기록한 문서이다. 다시 말해 채권 발행자는 채권을 산 사람에게 돈을 빌리는 것이다. 채권에는 빌려준 금액과 상환 날짜, 돈을 빌려간 사람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율(채권금리)도 기록돼 있다.
발행 주체에 따라서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이 발행하는 지방채, 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 등으로 나눈다. 물론 이 중에서 가장 안전한 것은 국채이다. 정부는 얼마든지 다른 채권을 발행해 정부가 빚진(?) 채권액을 반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한 만큼 수익률은 낮다. 9일 기준 3년물 국고채권의 수익률은 2.056%, 5년물은 2.221%, 10년물은 2.536%, 91일물인 CD(양도되는 예금증서)는 2.13%를 기록했다. 반면 회사채는 일반 회사가 회사의 신용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신용 등급에 따라 천자만별이고, 일반적으로 국채보다 높다.
경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크본드(junk bond)'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정크본드는 신용 등급이 가장 낮은 채권을 말한다. 신용평가사는 신용 등급을 AAA, AA+, AA, AA-, A+, A, A-, BBB+, BBB, BBB-, BB+, BB, BB-, B, CCC, CC, C, D의 18개 등급으로 나누는데, BB 이하 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본다.
채권을 살 때에는 국채, 지방채, 회사채 등 얼마만큼의 위험도(신용 등급)가 높은 채권을 고를 것인지,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은 이자를 받을 것인지, 얼마나 오랫동안 돈을 묶어놓을 것인지를 미리 선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국채-지방채-회사채 순으로 안전하지만, 안전한 채권일수록 수익률은 낮으며, 만기가 길어질수록 수익률은 높아진다. 삼성전자 회사채를 산 경우와 주식을 산 경우를 비교해 보자.
우 대리가 삼성전자 주식을 한 주라도 샀다면, 그는 삼성전자의 주인이 된다. 삼성전자는 우 대리에게 실적 보고서를 보내고 주주총회에 초대할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배당을 실시한다면 배당금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계속 수익을 내리라는 보장이 없고, 우 대리의 투자금이 손실을 보지 않을 것이란 확신도 없다. 반면 채권을 산 경우는 다르다. 채권을 산 사람은 회사의 소유권이나 수익률과는 상관이 없다. 정해진 기간이 지나서 원금과 확정된 이자만 받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삼성전자가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채권을 산 사람은 추가 수익을 받을 수 없지만, 주식을 산 사람은 주식 투자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또 채권자는 삼성전자가 파산한 경우 채무불이행 위험에 빠질 수 있고, 채권 만기 전 채권을 파는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주식 투자? 장기적인 주가 상승에 대한 믿음과 트렌드, 기업에 대한 지식 = 주식은 가장 좋은 투자 대상이다. 회사가 열매를 키우면 키울수록 주주가 얻는 열매도 달다. 더군다나 보너스로 배당금까지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물론 주식을 매입한다고 당장 수익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 상황이나 기업의 개별적인 이슈로 주가가 폭락하기도 하고, 원금보장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은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최근 5년 동안 시가총액 상위 20개 중 15개 기업의 주가는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1월 15일 84만5000원에서 지난 9일 기준 131만4000원, 현대차는 2010년 1월 15일 최저가 10만1500원 대비 2015년 9일 기준 18만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2만6100원, 한국전력 1만3900원, 네이버 46만8320원, 삼성생명 6500원, 현대모비스 9만9000원, 기아차 3만4300원, SK텔레콤 8만5000원, 신한지주 2050원, 삼성화재 11만8000원, 아모레퍼시픽 184만1000원, 현대글로비스 20만7000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12월 19일 상장한 제일모직은 상장 후 지금까지 8만300원으로 올랐다.
반면 5년 동안 5개 회사는 주가가 떨어졌다. 포스코 -43만2500원, LG화학 -6만4000원, 삼성SDS -2만7000원, KB금융 -2만450원, LG디스플레이 -8850원 손실을 봤다. 마트에서 콩나물 고르는 것이 항상 성공적이지 않듯 모든 주식 선택이 성공적이진 않겠지만, 지속 가능한 회사의 주식은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상승한다.
주식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계속 손실을 보는 것은 주식 투자 자체의 잘못이 아니다. 주가는 시장 상황, 기업 상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등락을 반복하곤 하는데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공포감을 이기지 못하고 환매하기 때문이다. '주가는 오를거야!'라는 믿음이 부족하다.
주식시장의 일반 투자자들은 재벌이 아니다. 주식 투자에 성공한 김 과장이라 하더라도 어느 회사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월급쟁이, 자영업자, 학생, 주부일 뿐이다. 이유는 주식 투자는 부동산 매입처럼 큰 종잣돈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시장에 전문적인만 지식이 없어도 투자가 가능하다. 투자 기업과 트렌드, 그리고 주가 상승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