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노조의 요구는 모두가 공멸하자는 얘기다." "합의를 쉽게 저버리는 하나금융의 말을 믿을 수 없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문제을 놓고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서로를 비난한 말이다.
2012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단 한차례도 수월하게 의사결정이나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갈등만 만들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여가는 모습은 하나금융 문제를 단순한 집안싸움에서 그치지 않고 전 금융권의 문제로 키우며 신뢰를 훼손시키는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하나금융 노사 문제의 핵심은 피인수 은행인 외환은행 노조의 요구 사항을 얼마만큼 수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은행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은 당위성이 높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7월 'IT 투자 포트폴리오 중복 방지'와 '외화부문 조달비용 감소' 등으로 연간 3121억원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외환은행으로서는 은행 합병으로 인해 발생할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구조조정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2.17 합의서도 쉽게 저버린 만큼 그 약속을 믿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2.17 합의서란 당초 하나금융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5년 독립경영을 보장한 것이나 하나금융은 은행의 비용 감축과 수익성 증대를 명분으로 이를 앞당기려 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의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조기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 악화된 은행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그동안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갈등만 증폭시키며 결국 책임에서 둘 다 자유롭지 못한 위기에 놓였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한 태도도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금융당국은 노사 합의가 통합의 전제라는 입장에서, 합의가 없어도 통합을 승인할 수 있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조기 통합 논의가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터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줄곧 "노조와 합의를 전제로 통합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해왔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은 쉽사리 통합 승인신청서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금융위의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다. 신제윤 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작년 7월 이후 6개월 동안 하나와 외환 간 노사 합의를 기다려왔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이어 "하나와 외환에 이미 충분한 시간을 줬다. 이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사안을 처리할 것"이라며 "(노사 합의 없이 통합 신청서 제출 관련) 처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노사 합의 없이 조기 통합을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하나금융으로서는 큰 짐을 덜어낸 셈이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 사이의 갈등은 조기 통합의 큰 걸림돌이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결국 한 식구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무엇이 하나금융의 성장과 은행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또 두 은행의 바닥까지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고객과 금융권으로부터 믿음을 되찾는 길이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한 태도 역시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때문에 금융당국은 갈등만 지켜볼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 서로를 이해시키고 양보를 이끌어 내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