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이 머지않아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2012년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3년, 지난해 하나금융 측이 두 은행의 통합을 추진하기 시작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지난 12일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이미 충분한 시간이 흘러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관련 사안을 처리하겠다"며 "노사간 합의 없이 통합 신청서를 제출해도 처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하나·외환 통합 언제? 협상 우위 점한 '하나금융' =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갈등은 그동안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서로 대립하며 발단이 됐다.
외환은행 노조는 2012년 2월 17일 '향후 5년 동안 하나·외환은행 통합에 관해 논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노사정 합의서를 이행할 것을 주장했고, 당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이 합의서에 서명한 일이 계기가 돼 두 은행의 통합 일정을 지연시켜왔다.
하나금융은 비용 감축과 경영 개선을 위해 조기 통합을 수행하는 조건으로 외환은행 노조 측과 여러 차례 협상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외환은행이 무기계약직 2000명의 정규직 전환과 그에 따른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등 협상 조건이 맞지 않자 양측 이견이 팽팽하게 부딪치며 갈등이 커졌다.
더욱이 이 문제가 국정감사 등 정치권 이슈로 번지면서 통합 승인의 권한을 쥔 금융위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제윤 위원장은 그동안 "노사 합의 없이 통합을 승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태도를 보이다 국회에서 기존과 달라진 입장을 밝히며 두 은행의 통합에 새로운 국면을 가져온 것이다.
신 위원장의 발언은 하나금융이 통합 신청서를 제출할 경우 승인이 이뤄지는 쪽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어서 하나금융은 상당히 유리한 상황에 놓였다. 반대로 외환은행 노조 측은 하루라도 빨리 사측과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하나금융 측에서는 현 김정태 회장의 임기인 3월 안에 어떻게든 통합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마당에 굳이 시간을 끌 이유는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승인 기간은 신청서 접수 후 예비인가 60일 이내, 본인가 30일 이내이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이르면 다음 달 통합 승인이 날 가능성도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위기다.
□ 노조 발등에 '불' 남은 과제는? = 이날 참여연대를 비롯한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은 하나금융이 2·17 합의서를 파기했다며 조기 통합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노조가 계속해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경우 노사간 대화를 통한 통합 논의는 진통이 예상된다. 또 상황에 따라 노조가 파업을 추진하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시나리오도 예측해볼 수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하나금융 측에 본협상에 들어갈 것을 공식 제안했다.
김보헌 외환은행 노조 본부장은 "통합 여부, 통합 원칙, 인사 원칙 등 외환은행장이 하나금융 회장으로부터 위임 받은 실질적 사항에 관해 신속하고 밀도 있게 협상을 진행해 외환은행의 미래를 위한 새 합의서를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3월 13일까지 통합 여부 등에 관한 실질적 협상을 통해 새로운 합의서를 체결할 것을 정식으로 제안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