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권 장기 불황의 돌파구로 금융시스템 개혁을 꼽고 있다. 이를 위해 핀테크(Fin Tech) 산업의 육성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핀테크는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및 송금, 개인 자산 관리, 크라우딩 펀딩 등 '금융과 IT의 융합형' 산업을 말한다. 핀테크가 활성화되면 금융권에서는 현재 시행 중인 모바일 결제 시스템뿐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활용한 신용평가, 투자 분석 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증권가에서는 핀테크에 도입에 대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핀테크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핀테크를 위한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보안 문제다. 연초 신용카드 정보 유출을 비롯해 은행 예금의 무단 인출, 보이스피싱, 파밍(Pharming:가짜 웹 사이트를 이용해 개인 정보를 인출하는 사기) 등 전자 금융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통합으로 탄생한 NH투자증권은 IT보안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핀테크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핀테크에 전혀 투자된 것이 없다. 올해 내에 진행할 지도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은 대다수 증권사가 갖추고 있지만, 핀테크로 업무 연동이 필요하지 않다. 보안·자금 투입 등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인 것 같다"며 "특별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핀테크는 최근 갑자기 이슈화가 됐다. 부쩍 높아진 관심에 비해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준비하기 보다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천천히 고려할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와 금융회사의 투자 편의성을 향상하는 것 외에도 점포 운영비 절감을 통한 금융권 불황의 극복을 꾀하고 있다. 점포 없이 인터넷과 콜센터를 통해 계좌를 개설하고 예금, 대출 등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000년 국내에 최초로 인터넷거래 시스템을 도입한 키움증권이 핀테크 선두주자로 나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경우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는 데 따른 실익이 없는 반면 키움증권 같은 경우는 설립 유인이 크다. 실제 인터넷은행 설립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보안성 심의제도를 폐지하는 등 사전적 규제를 최소화하고 사후에 사고가 터지면 책임을 무겁게 묻는 방식으로 규제의 틀을 바꿀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1월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IT·금융 융합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법 개정 등을 거쳐 추진키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