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서민금융진흥원, 2월 국회 논의…문제점은?

천문학적 규모의 가계 부채가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취약 계층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개인 회생과 파산에 대한 상담뿐 아니라 채무 조정, 서민 대출, 고용·주거 문제를 지원할 수 있는 가칭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기존의 신용회복위원회, 국민행복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미소금융중앙재단 등 서민금융기관에서 맡은 업무 중 일부를 한곳으로 이관해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의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이 다음 달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 후 논의될 예정이다. 이 법은 현 '휴면예금관리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을 전부 개정하기 때문에 사실상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서민금융진흥원이 얼마만큼 서민의 부채 해결에 도움을 주고 경제 재활을 가능하게 할 지 우려의 소리를 내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신용회복위원회와 미소금융중앙재단을 통합해 출범할 예정이다. 법안을 추진한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채무 조정을 담당하는 신용회복위와, 저금리 자영업 대출을 영위하는 미소금융이 채권 회수와 대출 승인을 동시에 수행할 경우 이해 상충의 위험이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백주선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서민금융과 채무 조정을 함께 수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회수 가능성을 봐야 하고, 채무 조정은 빚을 탕감해 주는 일이다. 국민행복기금 업무 역시 채권 회수에 가깝다 보니 다른 기관에 수수료를 내고 채권 추심을 집중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행복기금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만들어져 국가가 체결한 금융회사의 채무 원금과 이자를 감면해주고 있다.

백 변호사는 "만일 서민금융진흥원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이 이상의 성과를 내기가 어려울 바에는 국가기관이 운영하기보다 시장에서 이뤄지도록, 예를 들어 신용회복위가 이미 수행하는 것을 그대로 맡겨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헌욱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본부장)는 "신용회복위는 채권자 위주의 채무 조정을 하고 새로 생기는 서민금융진흥원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채권자 위주의 채무 조정을 하는 곳은 없다. 채무자 위주로 하지 않으면 부실채권을 매입한 금융회사로부터 추심의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변형된 채권 추심의 한계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사적 채무 조정이 세계적인 추세인 것은 맞다. 일본에서는 변호사가 임의조정을 유도하고 미국의 시민 단체 NFCC는 전국 규모이며 채권자·채무자 협의를 해 채무자 입장을 대리해준다"고 설명했다.

사적 채무 조정을 신청할 경우 공적 채무 조정, 즉 개인 회생과 파면에 비해 신용 등급에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 법원이 아닌 개인과 금융기관의 채무 조정 제도가 많을수록 시스템이 안정화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최용호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장은 "서민금융진흥원이 설립되면 한 장소에서 가장 적합한 서민금융 상품을 상담 받을 수 있고, 여러 곳에 갈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공적 채무 조정과 사적 채무 조정은 서로 다른 영역이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변호사 업계가 개인 회생·파산에 대한 상담 관련 시장의 파이를 빼앗길 것을 우려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서민금융기관 관계자는 "변호가 수임 수수료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적 채무 조정으로 몰려갈 경우를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시 산하의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와 연계해 무료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백주선 변호사는 "수수료가 줄어드는 부분은 법무사들도 함께 수임 받는 점을 볼 때 크지 않다"며 "무료 법률 상담을 받는 대신 서류 작성 등 업무를 직접 하는 방법도 있고 수요자 측에서 선택 가능한 문제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