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 파문의 당사자들인 정윤회씨(왼쪽)와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사진 = 김용진 기자)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비선실세 국정농단 논란은 재발하지 않게 될까.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유출 파문이 박근혜 정부의 최대 위기로 불거지면서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등에 대한 감찰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특별감찰관제' 도입이 다시 주목받으며 여야는 내달 2월 국회에서 처리할 뜻을 밝혔다.
특별감찰관제는 대통령 측근비리를 막기 위해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의 친족은 물론 대통령 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을 감찰하는 임무를 맡는 제도다.
특히 특별감찰관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혁신을 위해 내세운 대선공약으로 지난해 6월 법이 발효됐지만 감찰관 후보자 임명이 늦어지면서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현행 제도로는 비선실세 의혹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현행대로라면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이나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은 감찰 대상에 포함되지만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이던 정윤회씨와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감찰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은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범위를 청와대 비서관 등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특별감찰관제 도입 이유가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 비서관까지 확대하는 것은 취지에 안 맞는다는 입장이다.
□ 與野, 감찰범위 확대 '한목소리'…대상은 '이견 = 다만, 새누리당은 감찰 대상인 고위공직자 범위를 확대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무총리·국무위원 포함 장관급 이상 공무원은 물론 감사원장과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국세청장, 경찰청장도 포함한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원내대표실 한 관계자는 청와대 비서관까지 감찰 대상에 포함해야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제도의 원래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원래 취지는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감찰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비선실세 의혹은 '설화(舌禍)'에 빚어진 논란이지 그들이 권력을 이용해 비리를 저지르거나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지 않나"라고 반대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원내 관계자는 "특별감찰관제가 다시 주목받는 게 비선실세 논란 때문 아닌가"라며 "그 흐름에서 이완구 원내대표가 기자회견까지 한 건데 감찰대상에 비서관은 빼고 장관급까지만 하자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이 말한 국정원장, 검찰총장이나 국세청장 등은 사정기관이니 필요하지만 지금 청와대 친인척과 그 측근들에 대한 집중적인 감찰이 더욱 필요하다"며 "현행 제도는 비서관은 포함이 안 되어 있으니 비서관까지 포함시켜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오른쪽) (사진 = 김용진 기자)
□ 감찰관 후보 추천부터 난관…'험로' 예고 = 이와 함께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문제도 쟁점 사안이다. 이미 지난 해 6월 법이 발효가 됐음에도 유명무실하게 된 것은 감찰관 후보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7월 국회 특별감찰관후보 추천위는 민경한 변호사, 임수빈 변호사, 조균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3명의 후보를 추천하기로 했지만 새누리당이 야당에서 추천한 민 변호사의 과거 경력을 문제 삼으면서 논란이 일었고 그 와중에 조 교수도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임명절차가 중단됐다.
또한 여야는 지난 12일 감찰관 후보자를 추천하기로 했지만 여야 공동 추천 몫 1명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2월 임시국회로 넘기기로 했다.
감찰관의 독립성과 공정성 역시 시비 거리가 될 수 있다.
국회가 여야 합의로 감찰관 후보자를 3명 추천하면 대통령은 그 중 한 명을 지명하게 된다.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국회는 다시 인사청문회를 통해 적격성을 심사한다. 하지만 감찰대상이 자신의 친인척과 측근들에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통령이 여당 추천 인사를 지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야당은 감찰관 후보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을 당 정책위 차원에서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지명을 해도 야당이 인사청문회에서 그 후보자를 낱낱이 파헤칠 거 아니냐"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인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