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조세포럼은 19일 '파생상품 과세,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한국거래소에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금융투자업계가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도입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른 금융상품과의 조세 형평성, 외국인 자금 이탈, 개인투자자 차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금융조세포럼은 19일 한국거래소에서 '파생상품 과세,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개최해 파생상품 과세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김도형 금융조세포럼 회장은 "개정세법에 의해 파생상품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논의가 부족했다. 형평성과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 시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솔직하게 나누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토론회의 장을 열었다.
파생상품 거래세 논의는 2009년 이후 국회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전에는 초기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논리에 의해 비과세가 계속 유지돼 왔다.
하지만 2014년 말, 거래세보다 양도소득세로 부과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돼 소득세법이 개정됐다. 거래세는 파생상품 거래 자체를 축소시켜 시장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업계의 주장이 반영된 결과이다.
현재 소득법세 개정법률 제94조의 양도소득 범위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거래 또는 행위로 발생하는 소득'을 포함하고 있다. 이로써 코스피200 선물·옵션, 해외 파생상품시장에서 거래되는 장내 파생상품에 2016년 1월 1일부터 최고 10% 세율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주식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가 전면적으로 도입되지 않은 시점에서 파생상품에 대해서만 양도차익 과세를 도입하는 것은 과세 형평상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주식 거래 중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는 비중은 0.37%로 매우 작다.
특히 파생상품시장에서 주로 손실이 발생하는 소규모 개인투자자의 일시적 이익에 대해 담세력과 무관하게 과중한 과세가 이뤄질 경우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생상품 과세가 이뤄질 경우, 32%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만 과세 대상이 된다. 외국인 투자자는 조세특례, 기관투자자는 법인세 때문에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거래량 감소로 인해 파생상품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병욱 서울시립대 교수는 "개인투자자의 파생상품 거래량이 감소할 경우 이와 반대거래를 하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거래량도 감소할 수 있다. 헤지의 효율성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해외 경쟁 거래소에 비하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파생상품은 종목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코스피200 옵션이 전체 파생상품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13년 말 기준, 전체 821만 계약 중 581만 계약이 옵션계약이다. 즉, 파생상품 시장은 아직 미성숙한 단계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선물·옵션 시장의 규모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은 2011년 약 1경1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됐으나 2012년부터 급격히 감소해 2014년 4500조원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코스피200 옵션 시장은 2011년 약 435조원 규모에서 2014년 178조원 수준으로 줄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파생상품 시장은 2012년 규제 강화로 인해 거래량이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코스피 옵션의 경우 개인투자자와 기관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불충분한 세수 효과도 문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연간 세수효과는 368억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양도소득세 도입을 통해 거래량이 감소할 경우 세수효과도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전병욱 교수는 "개정세법의 주요 목적인 세수 증대도 확신할 수 없다. 소득세법 시행에 앞서 코스피200 선물·옵션 등의 거래 이익을 '모든' 거래대상자에게 적용할 것인지 또는 일반적인 주식 양도차익과 같이 '선별적인' 거래대상자에 한정할 것인지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 "우리나라 파생상품 시장은 상황이 나쁘다.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권 국가들은 파생상품 활성화를 위해 비과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때 우리나라만 과세로 기조를 바꿨다. 과세 시기나 세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파생상품에 대해 이탈리아는 자본이득세와 거래세를 부과하고, 영국·프랑스·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또 대만은 거래세를 부과하고,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호주·싱가포르·홍콩 등은 비과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