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안한다면서요?" =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여론의 거센 반발이 식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올해 연말정산 귀속분(2014년 소득)에 소급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들끓은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연말정산 해보니 세부담 줄었던데…", 억울한 세제실
무너진 無증세 기조, 두 경제팀의 씁쓸한 '닮은꼴 행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곳을 논하자면 기획재정부 세제실을 빼놓긴 어려울 것이다. '13월의 월급'이라고 불렸던 연말정산이 올해에는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다가오면서, 연말정산 후폭풍의 불씨가 조세제도를 만드는 세제실로 옮겨 붙었기 때문이다.
관련 실무자들이 밤샘근무까지 강행하면서 연일 해명하느라 바쁘지만,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긴 쉽지 않은 모양새다.
연말정산 논란의 시작은 각종 소득공제(자녀관련 인적공제, 의료비·보험료·기부금·교육비)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부터다.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세부담이 늘지 않는다"는 정부의 발표와는 다르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세부담이 늘어났다는 국민들이 무더기로 포착되면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더욱이 독신근로자의 경우에는 기존에 받아왔던 공제항목까지 없어지면서 말 그대로 폭탄 수준의 세금을 얻어맞았다는 후문이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적 반발여론에 세제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관련 부서에는 항의·문의전화가 쇄도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다만 한편으로는 '억울하다'는 분위기가 세제실 내 감돌고 있다. 마치 전체 근로자가 세금을 더 토해내야 한다는 반발 여론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세제실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의 세제실 직원들이 연말정산을 돌려보니 세부담이 늘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지난해와 비교해 결정세액이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돌려받는다"며 "고소득층을 제외하고 극히 일부 구간에서 늘어나는 건데, 마치 전 국민이 다 늘어난다고 여론이 형성되어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애석한 부분은 또 있다.
정작 작금의 사태를 보완해야 할 최초 제도 설계자들은 자리를 떠나고, 빈자리를 메운 인력들에게 고스란히 충격파가 가해졌다는 점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신들이 제도를 만들고 했다면 불만이라도 없을 건데, 자기들이 하지도 않았던 일을 가지고 곤욕을 겪고 있으니 일할 맛이 나지 않을 거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세제실의 편을 들어주기 힘든 모양세다. '증세는 없다'는 현 정부의 기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연말정산 보완대책으로 '소급적용' 카드까지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증세를 시인한 셈이다.
증세 논란은 올해 뿐 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통해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각종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향성을 설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실시한 시뮬레이션에서 근로자들의 세금이 늘어난다는 결과가 나오자, 소득여하를 불문하고 유리지갑 근로자들의 '공분'을 샀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은 "세법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으며,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당시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는 기존 정부의 입장을 철회하면서 "서민과 중산층 세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세법개정안 전반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에 따른 처세법이 올해도 변함없었다.
정부는 연말정산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증세 논란을 수습하고자 부랴부랴 보완대책을 내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보완대책과 관련해 "세금부담이 적정화되도록 세제개편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단기적인 처방이 아닌 제도 골자를 면밀하게 살펴보는 중장기적인 제도 손질에 무게를 둬야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세제실의 한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파고 들어가 자녀 1인당 세부담은 얼마나 차이가 나고, 근로자들과 자영업자 간 차이가 어떤지 등의 문제로 들어가서 접근해야 한다"며 "그냥 이쪽 공제를 받지 못해서 세부담이 늘어났으니, 공제를 더 해주겠다는 발상은 잘못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