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 대리는 외로움에 사무쳐 무작정 연애가 하고 싶다. '큰 하자(?)만 없다면, 어떤 이성이라도 만날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얼마 전부터는 시간을 쪼개 주말에 두 건씩 소개팅을 하고 있지만, 결국 남는 것은 없다.
왜 일까. 소개팅남 A, B, C를 한꺼번에 만나다보니 시간, 돈, 노력이 분산되고 어느 한 명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또 상대방 어느 누구에게도 진지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우 대리 스스로도 갈팡질팡 하다 보니, 고민만 하다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주식을 고르는 일도 짝을 고르는 과정과 닮았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기업을 모두 분석하는 것은 고된 길이다. 이 때문에 전문투자자든 일반 투자자든 전문 분야를 한두 가지로 좁힐 수밖에 없다.
만일 우 대리가 이성을 고르는 기준, 즉 이상형이 확실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키가 17센티미터(cm) 이상이고, 영화 감상을 좋아하는 유머러스한 남자'가 좋다면 그에 부합하는 상대에게 집중할 수 있다. 깊이 관찰하고 사소한 부분까지 맞춰나가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할 일이 없다.
'내가 잘 알고, 나에게 익숙한 분야'라는 기준을 세웠다고 가정하자. 일단 삶의 모든 부분을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전문투자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기업과 거래 회사가 생길 것이다. 관심 있거나 잘 아는 섹터의 주식은 내 짝처럼 와닿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유통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면 고추장, 과자를 납품하는 기업에 대해 면밀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또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을 주는 보험회사나 택배회사와 접촉하게 될 것이다. ③편에서 서술했듯, 꼭 직업과 관련되지 않더라도 기업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슈퍼마켓은 기업들의 집합소이다. 5미터도 안 되는 과자 상품 진열대에서 십여 개의 기업을 한번에 만나볼 수 있다.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치솟아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경쟁사인 농심의 수미칩 허니머스타드, 오리온의 포카칩 스윗치즈맛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경쟁사인 롯데는 '허니 열풍'에 동참하지 않고 한 발짝 물러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해태제과가 기록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해태제과 직원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대목에서 숫자에 대해 얘기해 보도록 하자.
어떤 기업이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그 기업의 주식을 무조건 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기업에 투자하기 전 이것저것 살펴봐야 할 것들이 많다. 연인을 고르듯 조목조목 살펴보는 것이다. 수익, 매출, 부채, 주가, 배당금은 주식 종목을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숫자이다.
먼저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이하 DART)을 통해 A기업에 대해 살펴보자. 상호명을 검색하면 A기업이 공시한 자료를 모두 볼 수 있다. 임원·주요주주 특정증권 등 소유상황 보고서, 분기보고서, 기업설명회(IR) 개최 안내 공시 등 DART는 한 개 기업의 '공식적인' 정보를 모아놓은 전시장이다.
목록 중에서 A기업의 분기보고서를 유심히 살펴보자.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은 3월, 6월, 9월, 12월 즉 1년에 4번 결산하고, 실적 보고서를 내놓는다. 가장 최근 분기보고서를 찾아보자. 회사의 개요와 사업의 내용 항목에서는 A기업이 어떤 기업인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재무에 관한 사항도 중요하다. 기업을 볼 때는 은행에 진 빚, 즉 부채 규모를 살펴봐야 한다. 다른 사업을 시작했다면 그 사업의 성장성이 얼마나 큰 지도 따져보자. 또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얼마나 빠르게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지도 알아보자.
해당 기업이 과거에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렸고 앞으로 예상되는 수익이 얼마인지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야 한다. 그 기업의 주식이 낮은 가격에 팔리는지(저평가 됐는지) 아니면 높은 가격에 팔리는지, 과거의 주가 흐름은 어땠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는 적절한 가격에 팔리는지도 반드시 분석해야 한다.
최근에는 배당금을 지급하는지도 중요한 이슈다. 최근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 따라 배당금을 지급하는 회사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하고 있다.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면 얼마이고, 얼마나 자주 배당금을 인상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그 기업에 대한 나쁜 뉴스와 좋은 뉴스를 예측하고 예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알고 있는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자. 다음 편에서는 기업 회계와 관련된 기본적인 요소와 대차대조표 보는 방법을 알아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