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일 새누리당 새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사진 = 김용진 기자)
당청관계 일대 전환 예고…"증세없는 복지 기조 변해야"
새누리당은 2일 '위기 돌파'의 적임자로 유승민 의원(3선. 대구 동구을)을 뽑았다.
20%대로 주저앉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로 인해 당이 극도의 위기감에 휩싸이자,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 '원조 친박' 유 의원을 새로운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유 신임 원내대표는 박빙승부로 예상됐던 이날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 주자인 이주영-홍문종 후보를 19표차로 제치며 압승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5년 대표 비서실장을 한 '원조 친박'인 유 원내대표는 그동안 박 대통령의 폐쇄적 리더십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멀어진 친박이 되었다. 원내대표 출사표 역시 '위기의 정부'를 구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내세우며 당·정·청 수평관계를 강조해 의원들의 표심을 흔들었다.
이에 따라 유 의원과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인 원유철 의원(4선. 경기 평택갑)으로 이뤄진 새 원내지도부는 앞으로 정부의 정책 실기를 최대한 막기 위해 정책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다. 그동안 수직적이었던 당청관계에 일대 전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할 말을 하는 원내대표 당정청 수평 관계 천명 = 유 원내대표는 경선 기간 내내 "당이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 민심과 괴리된 정책에 대해서는 당이 강력한 ‘견제구’를 날릴 것임을 밝혀왔다.
이날 당선 인사에서도 "대통령도, 청와대 식구들도, 장관님들도 이제는 더 민심과 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줘서 우리 함께 손잡고 내년 총선 승리를 반드시 이루도록 하겠다"며 당의 목소리를 강조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가 당심과 민심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정부와의 이견이 거듭 돌출할 경우 당청간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대통령과 청와대 식구, 장관들을 매일 만나겠다"면서 소통강화를 내세웠다.
그는 경선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당·정·청 간 대화를 강조하며 "의례적 회의는 안할 것이다. 정부가 무엇을 하고 우리는 뭘 하고 싶은지 충분히 대화할 것이다. 당·정·청 관계는 절대 콩가루 집안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사퇴 등 청와대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인적쇄신은 제가 말 안해도 국민 요구가 강하다고 생각한다"며 "곧 있다고 알려진 인적쇄신을 저도 국민 눈높이를 감안한 수준의 쇄신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증세 없는 복지, 불가능하지만 '부자증세'도 어려워" 증세-복지 조율 강화 = 특히 그는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주장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지적해온 만큼 증세와 복지 문제에 대한 당내 의견을 비롯한 야당과의 의견 조율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금 세금을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기존 복지 혜택을 줄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가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현 정부가 '증세없는 복지' 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증세 없는 복지 기조에 묶여 있으면 답답한 상황이 많다. 담배세인상과 연말정산 등에서 증세가 아니라고 말해야하는 답답한 상황에 빠져 있으니 이를 재검토하고 복지와 재원은 어떻게 할지 논의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본격적인 '증세'논의가 큰 부담으로 작용된다고 판단해서 복지와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수준을 여·야·정이 함께 만들어가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의 법인세 및 부자증세에 대해 "세금문제를 이야기하려면 야당이 복지에 대해서도 양심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며 "20-30년 후에 지금의 복지제도가 유럽 일부 국가처럼 '고부담-고복지'로 가기 힘들다고 보는데 그럼 '중부담-중복지'로 가면 세금 수준을 어떻게 합의할지, 또 국민에게 합의된 거를 꺼내놔도 될지, 안 될지 모르는 문제다. (때문에) 부자증세라는 것을 쉽게 응하기 힘들다"고 일축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유 원내대표 당선과 관련해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독단에 경고음을 울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유 신임 원내대표는 대통령께 할 말을 확실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는 국회를 만드는 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