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업전략과 경영
1) 일본과 한국의 기업경영
세계 산업의 역사에서 한국 기업은 후발주자 중에서도 막내급이었다. 그런 한국이 휴대폰ㆍTVㆍ조선ㆍ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자동차 세계 5위 등 세계 산업계의 주인공이 된 것은 특히 기존의 세계 넘버원 기업을 타깃으로 삼았던 점이 오늘을 있게 한 포인트라고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은다.
그러나 문제는 기존 제품 분야에서 1위에 도전하는 기업전략은 이미 세계 수준에 진입한 한국 산업계에 더 이상 적합한 방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일본의 산업역사가 증명한다.
일본은 1950~1960년대 중화학공업화를 서둘러 신일본체절이 US스틸을 앞질렀고 조선 산업은 1956년 영국을 추월해 세계 1위가 됐다.
유가가 급등한 1970년대에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며 가전ㆍ시계 등 경박 단소(輕薄短小) 제품 위주로 성공을 거뒀고 1980년대에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혁신적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1990년대 더 이상 발전할 길을 찾지 못하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장인정신을 앞세워 잠시 회복세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중 상당수가 어려움에 빠졌다.
특징적인 것은 일본을 대표해온 장수기업의 쇠락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전체 도산기업 중 30년 이상 된 회사의 비중이 1990년대 중반 10% 정도에서 2000년대 20%대로 올라갔고 2007 ~ 2009년에는 3년 연속 30%대를 기록했다.
2010년 제조업 도산기업 중 38.2%가 30년 이상 된 기업이었다. 추격 전략으로 1위를 달성한 장수기업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사라진 것이다. 일본의 저성장이 시작된 뒤 장수기업이 대거 퇴출됐다는 점은 큰 시사점을 준다.
한국도 저성장 국면이 고착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일본을 따라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삼성경제연구소는 “글로벌 기업경영의 7대 트렌드”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선진기업이 택한 전략의 7대 트렌드를 쇄신, 모색, 재배치, 신흥시장, 연합, 융합, 저가로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IPTV 플랫폼 사업을 접고 게임기 X박스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은 쇄신의 사례이고 GE가 유전 관련 장비 업체 루프킨을 인수하기로 한 것은 모색에 해당한다.
중국 하이얼이 일본에서, 화웨이가 핀란드에서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재배치의 사례이고 나이키-애플, 아디다스-구글의 협력은 연합의 사례라는 분석 등이다.
궁극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오랜 시간 세계 시장을 이끌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인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할 수 있는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가전ㆍ자동차 등 소비재뿐 아니라 통신망ㆍ에너지 등 기간산업에도 해당한다.
이 같은 방향의 당위성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를 결정하고 추진해나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 하는 만큼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서울경제, 2013.8.5.).
2) 세계1위 우리나라 중소기업
2014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중견·중소기업은 90개 정도이다. 비전세미콘은 반도체 세척 장비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회사다.
2014년 세계 점유율 40%를 달성, 기존 1위였던 일본 기업을 꺾었다. 설계와 부품 제작을 다른 업체에 맡기지 않고 오랜 시간을 들여 자체 개발한 것이 성공 비결이다.
우성아이비는 서구에서 인기가 높은 공기주입식 서프 보드(SUP·Stand Up Paddle)를 양산해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기존 제품은 주로 목재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으나 공기를 이용한 튜브 형식으로 개발해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광학렌즈 전문 업체 해성옵틱스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13메가 픽셀급 렌즈 모듈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한다. 다른 업체들의 생산 수율이 50%도 되지 않을 때 이를 80~ 90% 수준으로 끌어올려 시장을 선점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끊임없는 자체기술개발로 세계 1위의 제품을 만들어낸 것이다(조선일보, 2015.1.13.).
3) 과욕과 기업경영
“미국 월가가 한 개의 수학 공식으로 붕괴됐다.”는 기사가 2009년 신문에 났다. 수학 공식 하나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키운 불씨였다. 2000년 데이비드 X. 리라는 금융공학자가 발표한 “가우시안 코풀라 함수(Gaussian copula function)”이다.
이 함수하나로 불확실성이 커서 거래가 힘들다던 주택담보 증권에 가격을 매길 수 있게 되자 엄청난 시장이 열렸다. 절정에 달했던 2006년 4조7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시장은 결국 붕괴했고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이러한 금융위기는 삼성경제연구소가 「경영실패의 주범 ‘AIDS’」라는 보고서(2009년)에서, 경영 실패를 부르는 요인 4가지를 영문 첫 글자를 따서 발표한 “AIDS”가 설명해준다.
과욕(Avarice), 타성(Inertia), 착각(Delusion), 자아도취(Self-absorption)가 그것이다.
과욕(Avarice)은 통상 잘나가는 선두기업에 나타나기 쉬운 현상으로, 사업영역을 무리하게 확장하다 새로 진출한 분야는 물론 기존 사업의 경쟁력까지 잃게 된다.
타성(Inertia)에 젖은 경영은 현재의 경영 상태에 만족해 변화와 도전을 주저하고 경쟁 우위를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경우다. “넉넉할 때 흉년에 대비한다.”는 속담은 리스크에 잘 어울린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위대한 기업들은 다 어디로 갔나?』에서 기업이 망하는 1단계를 “성공에서 자만심이 생기는 것”으로 정의했다.
자만심으로 인한 패착은 금융시장에서 흔히 발생한다. 2015년 초 스위스가 전격적으로 환율 하한선 방어를 포기하면서 헤지펀드 한 곳이 파산했다. 2014년 말 총자산규모가 8억3000만 달러(약 8940억 원)인 헤지펀드가 스위스프랑화에 베팅하다가 치명적 손실을 입은 것이다.
이 펀드를 운용해온 펀드매니저는 주로 신흥시장 자산에 투자하면서 최소한 다섯 차례 이상 신흥시장의 재정위기에도 펀드를 지켜낸 베테랑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스위스프랑화는 장중 한때 유로화대비 41%나 급등하였는데 스위스 프랑 하락에 베팅한 것이 화근이었다(이·데일리, 2015.1.18.).
4) 버거킹의 경영정상화
미국 버거킹 본사는 2002년 PEF인 TPG(텍사스퍼시픽그룹)에 인수된 뒤 2010년 재 매각될 때까지 재무구조는 악화됐고, 덩치 키우기에만 주력하다 결국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2010년 PEF인 3G 캐피탈이 인수한 후 매출액 규모 3위였던 웬디스에 추월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버거킹은 보고펀드가 인수한 후 회사는 송두리째 바뀌었다.
2012년 138억 원이었던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은 2013년 146억 원, 2014년 180억 원, 하루 평균 매장당 매출액은 321만원에서 380만원으로, 매장 수는 131개에서 200호점으로 부활에 성공한 것이다.
2012년 당시 국내 외식업계에서 햄버거와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었다. 맥도날드, 롯데리아의 경쟁 속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보고펀드는 햄버거 시장에서 버거킹의 브랜드라면 투자에 나설만한 가치가 있다고 봤다. 빨리, 많이 파는 일반 프랜차이즈와 고가의 수제 버거 사이에서 절묘한 중간급 위치에 있기 때문에 경영 방식을 바꾸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영정상화의 첫 번째 전략은 검증된 유통업계의 고수들을 잇따라 영입해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이었다.
둘째 두산그룹 계열사 시절의 버거킹이 대기업 특유의 느린 의사결정과 갖가지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면, 보고펀드는 위험과 추가비용을 감수하고 쉴 새 없이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전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버거킹의 체질을 송두리째 바꿔나갔다.
셋째 버거킹이 두터운 마니아층에 비해 눈에 띄는 성장을 하지 못한 것은 맥도날드, 롯데리아에 비해 소비자들이 찾는데 어려움을 느낄 정도로 매장 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봤다.
인수 당시 맥도날드가 약 400개, 롯데리아가 약 1100개의 매장을 운영한데 비해 버거킹의 매장 수는 131개에 불과했다.
보고펀드는 2013년부터 직영으로만 운영하던 방식을 바꿔 공격적인 가맹점 모집을 통해 매장 수를 늘리는데 주력했다. 장기적으로는 햄버거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더 효과가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2개뿐이었던 드라이브 스루(운전을 하면서 햄버거를 받아가는 매장) 점포도 확충했고, 24시간 운영하는 매장의 수도 늘려 야간에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을 잡는데 나섰다. 증가하는 배달 수요에 맞춰 배달 서비스도 도입했다.
넷째 오랜 기간 버거킹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단어는 와퍼였는데 전 세계 버거킹이 모두 주력으로 삼는 메뉴다. 문제는 와퍼의 아성이 너무 컸던 나머지 버거킹이 장기간 와퍼의 덫 안에 갇혀 있었다는 점이다.
보고펀드는 치즈나 패티, 소스의 종류, 조리법, 토핑 등에서 소비자들의 요구는 날로 변화하고 있는데 반해, 와퍼 등 한정된 종류의 햄버거 메뉴만을 운영하는 기존의 버거킹 방식으로는 이 같은 다양한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봤다.
이러한 고민 끝에 보고펀드의 새 경영진이 내놓은 것이 바로 “LTO(Limited Time Offer)”, 즉 기간 한정 메뉴다.
와퍼를 넘어서는 다양한 신 메뉴를 개발하되 판매 기간을 몇 개월 단위로 한정해 “이 때가 아니면 먹을 수 없다.”는 프리미엄을 부여한 것이다.
버거킹은 지난해 20여개가 넘는 LTO 메뉴를 출시하며 쉴 새 없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판매량은 빠르게 증가했다. 일단 덩치를 키웠지만 고민은 남는다.
와퍼를 비롯한 한정된 메뉴가 특징인 버거킹의 색채가 그대로 유지되기를 원하는 충성 고객층이 이탈하고 있는 데다, 가격 인상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또 일본 모스버거 등과 같이 가격이 비싸고 서비스 시간이 길어도 품질이 훨씬 높고 특색 있는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조선일보, 2015.1.31.).
2. M&A Trends
1) 2014/2015 세계 사모펀드 시장
2014년은 사모펀드에게 투자회수(exit)의 해였다. 전체 M&A에서 사모펀드가 주도한 거래가 11%에 그쳤던 반면, 회수규모는 사상 최대로 집계됐다. 상장이나 지분 매각, 배당으로 사모펀드는 투자자들에게 총 5160억 달러를 돌려줬다.
2014년에는 레버리지바이아웃(LBO)은 드물었다. 대신 전략적 투자자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현금을 쌓아 둔 기업들이 성장을 위해 마침내 먹거리 사냥에 나서면서다.
2015년에는 사모펀드는 바이아웃에 좀 더 주력할 전망이다. 전 세계 사모펀드들이 보유한 드라이파우더(투자 위임을 받았으나 아직까지 투자가 집행되지 않은 자금)가 1조 달러에 이르고 사모펀드의 거래를 방해했던 주가 급등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이아웃의 전성시대가 다시 한 번 펼쳐질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The Bell, 2015.1.6.).
2) 2014년 우리나라 M&A요약
2014년 국내 M&A 시장 규모는 2013년보다 47% 증가한 648억 달러(약 71조8,600억 원)로 집계됐다. 거래건수도 12% 늘어난 941건을 기록했으며 이는 최근 5년 이래 연간 거래 규모와 건수가 모두 가장 큰 기록이다.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은 한국전력공사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컨소시엄에 한전본사 부지를 101억 달러(10조5,500억 원) 규모로 넘긴 거래였다.
두 번째로 규모가 컸던 것은 세계 1위 벨기에 맥주회사인 안호이저 부시 인베브(AB인베브)가 사모펀드 KKR과 어피니티로부터 OB맥주를 58억 달러(6조1,680억 원) 규모로 재인수한 거래이다.
3위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카카오를 51억 달러 규모로 인수한 거래로, 국내 모바일 메신저의 선구자인 카카오와 국내 포털 2인자인 다음의 결함으로 국내 인터넷 응용 소프트웨어 업계의 M&A 거래 중 가장 큰 거래로 기록됐다.
M&A재무 자문사 1위는 2013년에는 순위권 밖이었던 시티그룹이 차지했다. OB맥주 재인수, 한진 에너지의 에쓰 오일 주식 처분 등 총 13건, 139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자문해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다음의 카카오 인수, 삼성SDI의 제일모직 인수, 삼성중공업의 삼성엔지니어링 인수 등을 주관하며 총 9건, 112억 달러 규모를 자문한 삼성증권이 2위를 차지했다.
2013년 9위에서 껑충 뛰어올랐다.
모건스탠리 108억 달러와 도이치은행 90억 달러, UBS 79억 달러, KPMG삼정회계법인이 74억 달러이다. 법률 자문사 순위를 살펴보면 김&장 법률사무소가 총 118건, 382억 달러 규모 거래를 자문해 거래 건수와 거래 규모 면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법무법인 광장이 89건, 249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자문해 그 뒤를 이었다(서울경제, 2015.1.5.).
☞김근수 회계사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경영학사)
- 관광경영학 박사, 종교학 박사(수료)
- 글로벌컨설팅(회계사무실) 및 (주)글로벌M&A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