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견제 위해 공격적 투자 확대
대만 TSMC 120억弗 돈보따리 풀어
하이닉스·마이크론도 10% 안팎 투자증액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이른바 삼성발(發) ‘돈 전쟁’이 시작됐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초격차 기술로 시장 석권에 도전하는 삼성전자(005930)(1,372,000원 6,000 +0.44%)를 견제하기 위해 올해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산업의 총 투자액은 658억 달러로 전년의 653억 달러보다 1% 남짓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투자액 기준 상위 15개 업체의 올해 투자 규모는 583억 달러로 전년보다 7.56%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대대적인 투자 확대에 나선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의 최강자인 대만 TSMC는 올해 최대 120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6억 달러보다 25% 급증한 금액이다.
TSMC가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린 것은 지난해 삼성전자에 빼앗긴 애플과 퀄컴의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위탁생산 물량을 되찾아오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기술력 강화와 생산설비 선진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자극받은 파운드리 업계 3~4위 업체인 대만 UMC와 중국 SMIC도 올해 각각 16억 달러와 12억6000만 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이들 기업의 투자규모는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가 35% 이상의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기록 중인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도 투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메모리반도체 업계 2~3위인 SK하이닉스(000660)(47,200원 500 +1.07%)와 마이크론이 올해 52억 달러와 36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각각 10.6%와 9.1% 증가한 금액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앞세워 올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영업이익 중 70% 이상을 독식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입장에서는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삼성전자의 행보에 따라 반도체 산업 전체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해 호황을 맞았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넉넉해진 자금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