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투톱' 지도부가 비주류로 바뀐 후 4일 첫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열고 있다.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왼쪽)와 김무성 대표(가운데), 비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나란히 앉아 있다.(사진 = 새누리당)
김무성·유승민 '증세없는 복지 없다'…친박 불만 고조
새누리당 지도부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신임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근혜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 기조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나서면서, 그동안 야당이 줄곧 주장한 부자감세 철회 등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의 지지기반이기도 한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여야 간, 당청 간, 당내 간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 법인세 정상화 검토…대기업 반발 예상, 총선 앞두고 '딜레마' = 당내 지도부가 '비박계'로 재편된 첫날인 지난 3일 김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 나서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유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경선 당시 "법인세든 근로소득세든 부가가치세든 백지에서 다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해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행해온 대기업 법인세 감세 조치를 철회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하고 있다.
나성린 전 정책위 수석부의장 역시 연말정산 관련 토론회에서 '증세없는 복지'라는 박근혜식 증세의 '한계'를 인정하며 "법인세를 전혀 건드리지 않겠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중부담-중복지로 가기위해 법인세를 좀 더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 정상화 논의가 곧바로 새누리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친박계의 반대는 물론이거니와 김 대표 역시 '증세'전에 복지 지출의 구조조정에 의한 누수 제거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대표연설에서 "복지 지출의 구조조정을 시행해 지출의 중복과 비효율을 없애야 한다"며 "증세는 이 결과를 토대로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때 국민의 뜻을 물어보고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기업의 조세부담을 낮춰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겠다며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지만 감세 후 기업들의 이익이 증가하는 수치는 매년 갱신될 뿐, 투자와 고용이 늘지 않아 '낙수효과'는 더 이상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 "복지 철회도 어려워" 보수 여당 난감…친박 불만 고조 = 더욱이 연말정산 파동과 담배세 인상 논란에서 보듯, 중산층과 서민 봉급생활자들의 부담이 증가하면서 여당 역시 대기업 감세혜택 철회 주장을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20대 총선이 1년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복지 지출을 다시 줄이기도 쉽지 않아 여당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여당 한 경제통 의원은 "복지라는 게 한 번 시작하면 다시 철회할 수 없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무상보육이나 무상급식을 지지해서 표를 준 건데 이젠 어려우니 줄이겠다고 하면 좋아하겠나. 무능하다는 걸 인정하는 거밖에 안 된다. 세수부족을 인정하고 설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경제통 의원은 "사실 법인세 1~2%만 올리면 몇 조원이 징수되기 때문에 세수확보가 용이한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우리 당 입장에서는 난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비박계 투톱 지도부가 정부 기조를 흔들면서 친박계의 불만도 쌓이고 있다.
친박 핵심인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두 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부 친박 주류 인사들은 "김무성, 유승민이 대통령이냐"며 노골적인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 새정치 '조세개혁특위' 제안…법인세 정상화 압박 강화 =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4일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법인세 정상화와 함께 조세형평성과 투명한 조세행정을 위한 국회 차원의 '범국민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하고 나섰다.
이는 여당 지도부가 '증세 없는 복지' 기조 전환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기회를 통해 그동안 주장해온 법인세 정상화 등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새정치연합은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 정상화를 우선적으로 하고 이후에도 세수가 모자를 경우 부자증세를 논의하자고 주장해왔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야당 의원은 "우리 입장은 변한 게 없다. 똑같은 레퍼토리라고 하지만 그 방법이 현실적으로 최선이기 때문"이라며 "법인세를 감면하려 했던 목적이 기업의 투자와 고용 창출인데 지난 7년 동안 실패한 거 아닌가. 그럼 이제 그 기조를 바꿀 때다. 그 이후에도 세수가 부족하면 그 때 '부자증세'를 논의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