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외환은행 통합 절차 올스톱…하나금융·당국 책임론 대두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신한금융은 '2조 클럽'에 다시 복귀했고 우리은행도 흑자로 전환했다. 4대 금융지주의 실적은 2011년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하향세를 기록했지만, 3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에 적신호가 켜지며 큰 이슈가 됐다. 법원이 외환은행 노동조합에서 제기한 합병 중단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두 은행의 합병 일정은 잠정적으로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스닥이 6년 8개월 만에 600선을 넘어서며 증시 활력을 불어넣었다.
□ 신한·KB·하나·우리금융 순익, 전년 대비 30% 상승 =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등 4대 금융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2013년보다 40% 가까이 상승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드는 등 금융업의 수익기반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호실적을 거둔 것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전년 대비 9.6%가 증가한 2조81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년 만에 '2조 클럽'에 재입성 한 것이다.
우리은행도 1조214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흑자전환했다. 다만 우리은행이 4분기에 163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부분이 아쉬웠다. KB금융은 지난해 1조4007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한 해 전보다 10.2%가 증가한 수치이다.
아직 실적을 내놓지 않은 하나금융도 지난해 3분기까지 8864억원의 순이익 벌어들인데 이어 4분기에도 11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보다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4대 금융의 실적 개선이 영업을 잘해서라기 보다는 대손충당금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리스크 관리가 수익성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편 4대 금융은 실적 호조에 힘입어 배당을 확대한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내놓은 배당 확대 정책이 화답한 것이다.
신한금융은 올해 보통주 한 주당 950원, KB금융은 780원씩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각각 전년도보다 300원과 280원이 늘어난 규모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배당을 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배당을 실시할 방침이다. 하나금융 역시 정부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하나은행·외환은행 합병절차 'All Stop' =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과의 조기 통합이 노조와의 갈등 때문에 결국 발목이 잡혔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외환은행 노조가 제기한 합병절차 중단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은 법원이 정한 6월 30일까지 모든 절차를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예비인가 신청서도 철회했다.
법원 결정에 하나금융은 충격에 휩싸였다. 하나금융은 법원의 판결이 나온 직후 "금융산업은 여타 산업과 달리 선제적인 위기 대응이 없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경영진은 은행과 직원의 미래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통합을 결단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번 가처분 결정은 이런 측면을 간과했기 때문에 이의 신청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로 하나금융 경영진들도 궁지에 몰렸다. 통합을 주도하던 임원들이 옷을 벋었다. 통합추진단장을 맡아 온 이우공 하나금융 부사장과 정진용 준법담당 상무는 법원의 가처분신청 승인에 대한 책임으로 물러났다. 외환은행 기획관리그룹담당 임원인 주재중 전무도 물러났다.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졌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신제윤 위원장은 "법원이 노사간 합의를 주문했듯이 나도 예비신청을 미뤄가며 일관되게 노사 협의를 주문해왔다"며 법원과 같은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융위가 사측 입장에서 통합절차를 종용했다"며 비난했다. 김기준 같은 당 의원도 "금융위원장이 노사합의와 무관하게 예비인가를 승인할 수 있다고 했다가 법원이 부인해 권위가 실추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신 위원장이 지난달 "노사 합의 없이 인가신청서를 제출해도 처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한 지적이다.
□ 자본시장 효자, 코스피 아닌 코스닥 =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형주들이 부진한 탓에 코스피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반면 코스닥은 과거 '투기가 난무하는 도박판'이라는 오명을 확 벗어던지고 '자본시장의 효자'로 거듭났다.
지난 5일 코스닥이 600선을 돌파한 것이다. 6년 8개월 만이다. 올해 코스피가 1.9% 상승할 때 코스닥은 10% 이상 올랐다. 시가총액도 지난해보다 17조원이 늘면서 160조원을 넘어섰다.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사이 코스닥이 후끈 달아오른 데는 핀테크 등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업종이 코스닥 시장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 시총 상위 5위권은 다음카카오와 셀트리온, 동서, 메디톡스, 파라다이스 등 미디어와 콘텐츠, 헬스케어 등 미래성장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이다.
시장 주도주가 없어 코스피 지수가 몇 년째 박스권에 머물러 있자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도 코스닥 시장으로 몰려든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저성장·저물가 시대에 대형주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럽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성장 가능성이 큰 중소형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