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세청 홈페이지(www.nts.go.kr)에 게재된 연말정산 추가 납부세액 처리 안내 공지. 연말정산 분납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면서 국세청은 원천징수자(회사)의 혼란을 막기 위해 사전 행정지도에 나섰지만 국회에서는 법 통과 전 행정지도를 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국세청의 책임을 물었다.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으로 '폭탄민원'에 시달린 국세청이 연말정산 분할납부 법안 통과 전 행정지도를 했다는 이유로 정치권의 질타를 받으면서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은 연말정산 분납 법안 통과 전인 지난 9일 '금년 연말정산 추가 납부세액 분납에 대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습니다. 금년 2월에는 연말정산 추가 납부세액은 원천징수 하지 않고 환급은 종전과 같이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공지하는 등 행정지도에 나섰다.
다만 개정안 통과가 되기 전인 점을 감안해 법안이 통과되는데로 추가 납부세액에 대한 분납방안을 별도로 안내하겠다고도 덧붙였다.
해당 안내는 현재까지도 국세청 홈페이지(www.nts.go.kr)에 게재되어 있는 등 별다른 탈 없이 넘어가는 듯 했지만 전날(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국세청이 지난 9일 각 기관에 개정안이 5일 상정됐으니 2월에 원천징수를 하지 않고 환급은 종전 절차를 따라달라고 했다"며 "법이 개정되기도 전에 국세청이 협조공문을 보내 임의로 세금을 걷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행정관청이 법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협조공문을 보내 세금을 거두거나 말거나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반드시 필요했다면 기재위원들에게 국세청이 공문을 보내도 되는지 묻거나 국회에 동의절차를 밟아야 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국세청이 위법행위를 했다며 전날 오후 전체회의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환수 국세청장,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 등을 출석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들의 출석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세청은 회사들이 근로자에게 2월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시일이 다가오는데도 이를 가만히 두고 봤다면 추후 법안이 통과됐을 때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미리 행정지도를 했다고 해명했다.
기존대로 2월 급여 지급시 원천징수의무자(회사)가 추가 납부세액을 일괄 처리한 뒤 법안이 통과됐다면 재정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기재위 내부에서도 박 의원의 지적이 너무 무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여야는 지난 10일 조세소위를 열고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거취 문제로 야당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소위는 전날 열렸고 관련 법안도 이날 전체회의를 통과됐다.
특히 기재부가 지난 4일 연말정산 현안보고 당시 이미 연말정산 분납 법안과 관련해 보고를 했음에도 사전에 국회의 동의를 구했어야 한다는 박 의원의 지적도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기재위에서는 임 국세청장에게 연말정산 분납으로 인한 일선의 업무 과다 우려와 납세자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주문했었고 국세청의 행정지도는 그 일환이었다.
국세청은 드러내놓고 내색은 하지 못하지만 지난달 부가가치세 신고·납부로 정신없는 상황에서 연말정산과 관련한 민원에 시달린 것에 더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지적까지 받으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선 세무서의 한 직원은 "조직개편을 한 이후 지난달 첫 부가세 신고·납부 업무로 일선 직원들이 힘들어한데다 연말정산 민원에 시달려 더욱 고생했었다"며 "혼란의 확산을 막고 잘해보려고 한 것을 이렇게 문제삼으니 힘이 빠진다"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