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가장 일반적인 조세원칙 중 하나인데요.
그래서 우리나라 및 많은 나라들은 '증여'에 과세를 하고 있습니다. 증여를 함으로 인해 증여를 받는 사람에게 소득이 생기기 때문이죠. 하지만 무엇을 증여로 볼 것이냐의 문제로 인해 과세관청과 납세자 간에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현행법에서 증여를 규정짓는 기준으로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 재산의 무상 증여행위 ▲무상증여에 의해 수증자의 재산가치가 증가 ▲재산가치 증가를 금액적으로 특정가능 ▲법정 세율이 규정돼 있어 구체적 세액이 산출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들고 있습니다.
최근 아버지에게서 주택을 매입하면서 이와 동시에 전세를 내준 딸이 조세심판원에 제기한 조세불복청구에 대한 결과가 나왔는데요. 과연 아버지에게 세를 내준 딸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 과세관청과 갈등을 빚게 된 것일까요.
조세심판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지 알아보겠습니다.
□ 부녀간 전세계약, '편법 채무면제'인가요? = 최근 아버지 B씨의 주택을 사들이게 된 딸 A씨. 현재 아버지와 같이 살고있는 A씨는 아버지의 주택을 사들이면서 아버지에게 이 주택을 전세로 임대했고, 매입잔금을 전세금으로 대체한다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B씨가 A씨에게 잔금을 받지 않고 전세금으로 대체한 것을 '채무면제'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했습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A씨는 심판원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는데요. A씨는 잔금과 전세금을 상계하는 것은 '계약의 자유'라며 항변하고 나섰습니다.
A씨는 "과세관청이 전세임대차 계약관계를 부인한 것은 당사자 간 전세임대차계약에 기해 반환의무 등 계약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위헌적 처분"이라며 "계약자유의 원칙을 깨뜨려 세무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재량의 한계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직계존속과 주소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추측에 의해 증여라는 과세요건사실을 확정, 국세기본법상 확대해석 내지 유추해석의 금지를 위한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과세관청의 처분은 증여세 부과처분의 요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직계존속인 아버지에게서 주택을 구입했기 때문에 지급사실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전세보증금과 취득잔금을 상계한 것"이라며 "주택을 무상으로 증여받아 재산가치의 증가를 이룬 것이 아니라 계약 당사자 상호간 결정된 대가를 지불하고 그 소유권을 이전한 유상거래"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같이 살고있는 부녀가 이같은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타당하지 않다며 A씨의 잔금을 보증금과 상계한 것은 명백한 '채무면제'라고 반박했습니다.
과세관청은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풍양속이고 민법상 배우자 및 직계혈족을 부양하는 것은 의무"라며 "같이 살고있는 아버지와 딸 사이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임대보증금을 주고받는 것은 사회통념 및 경험식상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A씨와 아버지 B씨 사이에 잔금과 보증금을 상계한 것은 비록 금전소비대차계약은 없지만 청구인 또한 이 계약이 채권채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현행법상 배우자간 또는 직계존비속간 부담부증여에 대해서는 수증자가 증여자의 채무를 인수한 경우에도 채무가 인수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며 "채무액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채무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채무로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심판원 "잔금과 보증금 상계, 정당하다" = 양측의 입장을 꼼꼼히 따져본 심판원은 과세관청의 증여세 부과처분이 잘못됐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A씨가 아버지의 주택을 저가로 인수한 것도 아니며, 채무면제에 의한 증여라고 볼 근거도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심판원은 "A씨는 주택 취득당시 직업 및 소득 정도를 봤을 때 이 주택을 취득할만한 자금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며 "또한 매매가액이 주변 시세에 부합하고, 주택을 시세보다 저가로 양도, 양수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과세관청도 잔금과 보증금을 상계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며 "임대보증금에 전세권이 설정돼 임대차관계 및 채권채무관계가 명확한 점을 봤을 때 잔금과 보증금을 상계했다는 A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심판원은 "과세관청이 A씨에 대해 그의 아버지로부터 주택 매매대금 중 잔금을 채무면제이익으로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A씨에게 증여세를 과세한 처분은 잘못이 있다"고 못박았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4서45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