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가로 가는 이정표"…1년6개월 후 시행
국회는 3일 공직자들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를 금지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통과시켰다.
김영란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247명 중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로 가결됐다. 지난 2012년 8월16일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발표한지 929일 만이다.
당초 김영란법은 정무위 의결안이 위헌소지와 과잉입법 논란을 빚어 여야 간은 물론 여여, 야야 간 이견이 돌출되어 진통을 겪어 일부 쟁점 조항을 수정했다.
앞서 1년6개월 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지지부진 진척을 보지 못한 김영란법은 2월 국회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민 비판여론이 거세질 것을 우려해 여야는 2월 국회 처리를 못 박고 합의를 이끌었다.
금품수수 처벌 조항과 관련해선 정무위안대로 공직자가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에 상관없이 100만원을 초과해 금품을 수수할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법 적용 대상은 정무위안이 배우자와 직계혈족,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 등 민법상 '가족'으로 규정해 과잉 입법 논란이 있었다.
이를 배우자로 한정하는 선에서 신고의무는 존치했다.
이에 따라 적용대상이 1800만명이던 것이 300만명 수준으로 축소됐다.
특히 본회의에 법사위 심의과정에서 사학재단 이사장 및 임직원이 누락되어 수정여부를 놓고 정회를 맞기도 했다. 이에 새누리당 유승민,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논의해 사학재단 이사장 및 임직원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수정했다.
또 기존 1년이었던 법 유예기간은 공포 후 1년6개월로 연장해 내년 9월께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원안에는 국민권익위로 명시됐던 과태료 부과기관을 법원으로 변경했다.
법이 시행되면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언론사 종사자, 공립·사립학교 직원과 그 배우자를 상대로 한 각종 청탁과 접대 문화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음주·골프 접대 등은 물론이고, 대통령령에서 허용하는 금액(3만~5만원 선 예상)을 초과하는 식사 제공도 대부분 불법이다.
공무원 등에 대한 명절 선물 등도 사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과잉 입법논란과 검경 등 수사기관의 권한 비대화와 남용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직업선택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소지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은 찬성토론에 나서 "우리나라는 현재 OECD 경제규모가 10위권이지만 부패인식지수로 보면 후진국"이라며 "2011년부터 작년까지 40위 밖이었다. 많은 국민들이 법 통과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제는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헌소지가 있다는 의견들 잘 안다. 하지만 저는 김영란법의 역사적 중요성을 생각할 때 허점 없는 안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끌기보다 어렵게 합의한 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시행과정에서 문제 있으면 고쳐나가야 한다"고 거듭 법 통과를 강조했다.
압도적 찬성으로 법안이 가결된 후, 정의화 국회의장은 "선진국가로 나가기 위한 이정표"라며 "부패를 줄이지 않고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빈부격차와 양극화, 문화융성도 어렵다. 과잉입법 논란에 대해서는 법 시행 이전에 보완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최선을 다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