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디플레이션 우려를 표명하며 최저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새누리당도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어 향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사진 김용진 기자)
與, 최저임금 인상 입장 선회
여 "인상폭, 최임위 결정"vs야 "법으로 명시"
가계소득 악화와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 우려가 심각해지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을 제기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도 긍정적 입장을 나타낸 상황이다. 특히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내세우며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해온 새정치민주연합은 최 부총리의 발언을 계기로 오는 4월 국회에서 결론을 낼 것을 압박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최저임금을 빠르게 올려야 한다'는 최 부총리의 발언은 그동안 기업성장 위주의 경제활성화 정책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반증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최 부총리가 취임 직후부터 단행했던 '가계소득 증대 세제 3대 패키지'가 지난 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되고 본격 시행에 들어갔지만 민간 기업까지 확대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소득확대를 추진해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미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계소득을 늘리고 이로 인해 내수를 진작시켜 경제를 성장시키는 '소득주도 경제성장'은 세계적 흐름이다.
지난 1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부유층 상위 1%에 대한 증세를 내세웠고, 일본 아베 정부도 저성장 기조를 탈피하기 위해 '임금 인상'에 따른 '내수 활성화'를 내걸었다.
□ 여 "임금 결정 최임위 사안, 당정 한목소리" 입법화 선긋기 = 문제는 인상폭이다. 최 부총리와 새누리당이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뜻을 같이 한다고 해도 야당과 노동계가 원하는 정도의 대폭적인 인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최저임금은 5580원(월 209시간 기준)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116만6220원이다.
지난해와 같은 7%대로 인상이 될 경우, 6000원 안팎 수준이 예상된다. 하지만 최저임금 수준을 대폭 올리고 법정화를 압박하고 있는 야당에 새누리당은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사항이라고 선을 긋고 있어 향후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최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환영"하며 당정 간, 여야 간 논의를 밝혔지만 임금 인상 결정과 관련해선 "최저임금 결정과정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그대로 하되, 당정이 최저임금의 인상에 대해 한목소리 내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이종훈 원내대변인은 "내수 진작을 위해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돈 쓸 여력을 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다만 입법해결로 하는 게 아니라 정책적 고려사항이고, 당정이 한 목소리를 내되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날 한국경영자총협회이 올해 임금 인상율을 1.6%로 정해 권고안을 회원기업들에게 권고한 것 역시 정부여당으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향후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화될 때 여야간, 노사정간 갈등이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 야, 정액급여·통상임금 50%선, 생활임금법도 검토 = 하지만 새정치연합 등 야당이 이미 발의한 안들은 구체적인 최저임금의 인상 폭을 법으로 명시해놓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올라와 있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발의안은 전국 근로자 정액급여의 50%까지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공약사항이었다. 또 같은 당 이인영 의원의 안은 통상임금의 50%로 늘리는 것으로 두 법안 모두 최저임금이 7500원선으로 인상되는 게 골자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생활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김경헙 의원 대표 발의)도 당은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전체근로자 임금 평균의 50% 이하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규정안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 야 '소득주도 성장' 거듭 강조…4월 국회 결론 압박 =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월급쟁이와 서민 지갑을 두툼하게 하는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한다면 우리 당은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해 정부·여당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도 "최저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절실하다.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 국회 환노위 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 역시 여당을 향해 오는 4월 국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논의를 매듭지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최 부총리와 유 원내대표의 발언을 언급하며 "말뿐인 임금인상 촉구가 아니라, 실질임금 소득향상 대책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경총의 '1.6% 인상'권고에 대해 "박근혜정부는 국민들을 향해 던진 메세지가 ‘립 서비스’에 불과한 것인지 반드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압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