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집 살림 합친 개인납세과…"생각보다 괜찮은데?"

아무리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막상 같이 살면 단점이 보이기 마련.

하물며 생판 모르던 남이 한 집에서 같이 살려면 불편한 것 투성이다. 살림을 합치기 전부터 걱정이 되는 것은 물론 일정기간 동안은 불만이 끊임없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국 일선 세무서의 부가가치세과와 소득세과도 마찬가지. 오랫동안 남처럼(?) 지냈던 부가세과와 소득세과가 한 식구가 되어 같이 살라고 하니 직원들은 살림을 합치기 전부터 걱정이 태산이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부가세 신고 업무를, 소득세 신고 업무를 어떻게 하냐는 말부터 1년 내내 신고업무만 해야 하냐는 불만에, 부가세과와 소득세과의 비선호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직원들의 수많은 우려와 불만속에서도 지난 1월1일자로 단행됐던 부가세과와 소득세과의 통합.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지금 일선 세무서의 분위기는 어떻게 변했을까.

국세청은 지난 6일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본청 개인납세국과 소득지원국을 비롯해 지방청 각 과 1계장들과 세무서 개인납세과 과장 등 240명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개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10월 말 조직개편으로 인한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자 마련한 워크숍 이후 처음으로 개인납세과 직원을 대상으로 열린 이번 워크숍은 조직개편 이후 치러지는 중간평가의 성격이 짙었다.

그만큼 국세청의 관리자들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매년 열렸던 개인납세국 워크숍에는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던 국세청장이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런 이유였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직원들에게 "그동안 부가세과와 소득세과는 비선호부서로 패배의식에 젖어있었다"며 "이제는 관리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직원들을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국세청장은 워크숍에서 지난 정기인사시 본·지방청 직원들을 세무서 개인납세과로 많이 보내고 개인납세과장을 젊은 인재를 앉힌 것도 강조, 비선호부서라는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애썼다는 후문이다.

이에 더해 임 국세청장은 각 지방청 산하 세무서 개인납세과장에게 일선에서의 고충을 허심탄회하게 말해보라고 권유했고 과장들은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TIS) 개통 초반에 민원실이 힘들었다고 토로했지만 조직개편으로 인한 불만은 예상외로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중부청에서는 승진자를 개인납세과로 보내는 등 새로운 인사기준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줄어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크숍에 참여한 대부분의 과장들은 조직개편 초반에는 업무 차질과 직원 불만 등이 걱정이었지만 오히려 부가세 신고와 소득세 신고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것이 민원인 입장에서나 세무서 입장에서나 효율적이라는 것을 직원들도 깨닫고 있는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체납전담팀을 신설해 일선 직원들이 기피하던 체납정리 업무를 개인납세과 일부 직원이 전담함으로써 오히려 타 부서에는 없는 '메리트'가 생겼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다만 자영업자까지 확대되는 근로장려금(EITC) 업무와 종합소득세 신고 업무로 5월 다가올 업무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 전에 사전연습을 많이 해보자는 대안도 내놓는 등 해결방법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초 임 국세청장은 인사말만 한 뒤 자리를 뜰 예정이었지만 직원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고충을 직접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자리를 지키며 직원들의 얘기를 경청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워크숍에 참여한 240명의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격려했고 격의없는 임 국세청장의 스킨십에 직원들도 무척 좋아했다는 전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워크숍이 참여하는 개인납세과장들의 표정이 굉장히 밝았다. 조직개편하기 전에 우려했던 것들이 막상 통합을 하고 나니 별 것 아니었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비선호부서라는 직원들의 인식도 차츰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