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업계 자체 평가 "대리작성 문제의식 높아져"
신고센터는 접수 한 건도 없어… '상징적 의미'
중소기업 담당 소규모 회계법인은 압박 여전
회계업계가 본격적인 주총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의 인식변화로 재무제표 대리작성 사례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평가해 대리작성 관행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평가는 지난해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설치한 재무제표 대리작성 신고센터에 한 건의 신고도 접수되지 않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주목받고 있다.
11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재무제표 대리작성 신고센터에 신고는 단 한 것도 접수되지 않았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기업들의 회계감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제표 대리작성에 대한 요구가 충분히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실제 신고로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A 회계법인 관계자는 "공인회계사회에 재무제표 대리작성 신고센터를 설립할 때부터 업계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며 "실제 신고로 이어지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보는 게 더 합당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인이 기업으로 부터 일감을 확보해야 할 처지여서 신고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며 "만일 신고가 이뤄져도 감사시즌이 끝난 4~5월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외감법이 개정됐지만 기업들의 준비가 미흡한 만큼 신고센터 운영의 시그널을 기업에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도입 초기인 만큼 잘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신고센터를 지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계업계에서도 기업들이 대리작성을 요구하는 압박이 상당부분 개선됐다고 보고 있다.
B 회계법인의 고위 임원은 "기업과 회계법인들 사이에 재무제표를 대리작성할 경우 감사인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어 이번 시즌에는 많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외감법이 개정되는 등 제도가 마련됐기 때문에 기업들도 과거처럼 막무가내로 요구하지는 않는다"며 "재무제표 대리작성 문제는 기업과 감사인 모두 자정 노력을 높이는 등 당사자들이 노력해야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회계법인들은 이러한 변화를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회계전문가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재무제표 대리작성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다.
C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달리 회계 전문가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며 "이 때문에 소규모 회계법인은 대리작성 압박에서 비껴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중소기업들도 회계전문인력을 자체적으로 양성해야 한다"며 "회계업무를 비용으로만 볼 게 아니라 기업의 재무능력을 높이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