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최고위 소집하려다 취소…리스트 외 또 있을까 '전전긍긍'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시신에서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이병기 현 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 등 박근혜정부 핵심 실세들의 이름과 금액이 적힌 메모지가 10일 발견돼 파장이 일고 있다.
10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따르면 전날 성 전 회장의 시신을 검시하는 과정에서 나온 정치권 금품 전달 정황 내용을 적은 메모에는 친박 핵심인사 8명의 이름과 금액, 날짜 등이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與, 지금 '패닉' 긴급 최고위 소집하려다 취소…상황 판단 아직 안된 듯 =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에 이어 이병기 현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 유정복 인천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홍문종 의원, 이름이 적히지 않은 부산시장 등이 메모에 명시되어 파문이 일자,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려다 다시 취소하는 등 어떤 대책을 강구해야 좋을지 난감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파문을 놓고 가깝게는 4·29 재·보궐 선거에 미칠 영향 분석에서부터 나아가 박근혜정부의 최대 스캔들로 정권의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이번 파문이 박근혜 정부가 임기 중반인 시점에서 국면전환을 위해 부정부패 비리 척결을 내세우며 자원외교 비리 검찰수사를 하는 와중에 드러나 '자승자박'이라는 뼈아픈 지적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새누리당 분위기는 당황, 어수선 그 자체다. 전날(9일) 성 전 회장이 자원외교 비리 수사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만 해도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던 새누리당은 이날 친박 핵심 인사가 8명이나 금품 정황 메모에 나타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한 새누리당 초·재선의원 모임인 '아침소리'의 하태경 의원은 "지금 패닉"이라며 당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 소집을 위해 4.29 재보선 지역인 광주 서구을 현장최고위를 마치고 상경했지만 이내 회의를 취소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 직후 기자들에게 "그런(최고위 회의 소집) 움직임이 있었지만 의견을 모은 결과, 오늘은 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취소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을 내세웠다.
이는 여당의 긴박함 자체가 사건의 파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와의 의견 교환이나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친박 인사들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도 아직 따로 하지 않은 상태다.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고 판단, 긴급 최고위원 회의가 사건을 더 집중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성완종 인터뷰 50분, "리스트 외에 더 나올 듯…상황 예의주시" = 또한 성 전 회장이 앞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50분간 했다는 점에서 성완종 리스트 외에 또 다른 파급력 있는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전체 상황을 파악한 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당 한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인터뷰를 50분이나 했다고 하니 분명히 오늘 나온 내용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말이나 다음 주에 새로운 문제가 나올 수도 있고 리스트 명단에 있는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있는데 당이 나서는 것도 상황을 더 꼬이게 할 수 있다. 좀 더 지켜보고 입장을 정리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 인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해 ‘알 수 없다’는 인식도 바탕에 깔려 있어 향후 야당과 진상규명을 놓고 대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 대변인은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끊기 직전에 언론사 인터뷰가 있어서 이게 전체적으로 파악이 안됐고 인터뷰 내용이 나와도 그 사실관계와 신빙성 문제도 밝힐 사안"이라고 언론 인터뷰의 신빙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사실관계 확인'을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 방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 새정치 긴급 최고위, 성완종 리스트 어떻게 규정할지 논의 =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사건의 파장과 당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 비공개로 진행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아침까지만 해도 김기춘, 허태열 전 비서실장만 거론되어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봤는데 지금은 그 정도가 아니잖나"라며 "금액과 날짜까지 나오고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친박인사)들은 다 나왔는데 이대로 갈 수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도 정보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견을 나누고 이 사건을 어떻게 규정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