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대선 직후, 12월20일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두 줄 뒤에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서 있다. 성 전 회장 앞에는 김용준 전 인수위원장과 정몽준 전 대표가 나란이 서 있다. (사진 = 새누리당)
◈ 朴 "누구도 용납안 할 것" 원론적 입장만…야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성토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성완종 리스트' 친박 실세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접 공식적인 입장은 나타냈지만 자신의 측근들의 비리 의혹에 단 한마디의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야당은 "유체이탈화법의 연속"이라며 "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를 사퇴시키라"고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세월호 1주기 관련 현안점검회의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부정부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우리 정치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한번 완전히 밝힐 필요가 있다"며 말했다. 향후 검찰 수사가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되어 검찰 수사 간접지시라는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을 언급, "최근에 어떤 극단적인 문제가 발생해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를 여기서 덮고 넘어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확실하게 바로잡는 것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해야만 하는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또 "한편으로는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부패문제를 뿌리 뽑고 그것을 계속해서 중단 없이 진행을 철저하게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개혁을 이루는 이 두 가지, 이것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자 미래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최측근들이 무더기로 연루된 상황에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엄정수사를 강조한 것에 대해 맹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부정부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겠다. 부패근절, 정치개혁이 우리의 소명"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지당한 말씀"이라면서도 "그러나 역대 비서실장을 비롯해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의 최측근들이 빠짐없이 연루된 비리 게이트에 대해서 국민 앞에 사과부터 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일갈했다.
유 대변인은 "현실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국민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마치 신하들의 일은 신하들이 알아서 하라는 전제군주를 보는 듯해서 국민은 절망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온 나라를 흔들고 있는 이 친박 비리 게이트에 대해서 처음 나온 대통령의 육성이다"며 "그런데 또 다시 떠넘기기인가. 예의 그 유체이탈화법을 반복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유 대변인은 "대통령의 왼팔, 오른팔이 모두 연루된 비리 게이트"라며 "대통령께서 정말 부패를 뿌리 뽑겠다면, 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완구 총리와 이병기 비서실장을 즉각 사퇴시키는 것이 대통령이 말하는 정치개혁의 시작"이라고 압박했다.
◈ 이완구, 사과촉구하자 그제야 "이유 불문 송구"…사퇴는 '거부'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 이완구 국무총리의 의혹이 계속 불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내에서도 '사퇴론'이 공개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총리는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거듭 2012년 재보선 당시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특히 경향신문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2년 4월 4일 4시 30분 이완구 당시 후보의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3000만원이 들어있는 비타500 한 박스를 독대 후, 놓고 왔다는 진술을 보도한 것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 "성 전 회장과 친하지 않다", "그날 기자들도 많이 왔다"며 거듭 부인했다.
그는 이날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번 파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주 의원의 지적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에게 심려를 드려 대단히 송구하다"며 처음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또 "고인과 친하지는 않았지만 대충 듣고 있었고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동료 의원들에게 가능하면 (성 회장을) 조심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고 고인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총리직을 사퇴하고 검찰 수사를 받아야하는 게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선 오히려 "이 사건은 광범위하게 수사될 것이라고 본다"고 야권 수사를 시사해 논란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