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분야 질문을 해야 하지만, 위중한 사항이라서 최근 현안 문제에 대해 묻겠습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의에 나선 한 의원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서 비롯된 현 국회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공무원연금개혁·경제활성화법 등의 경제살리기 법안들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관련 의혹들이 경제 이슈를 모두 빨아들인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당장 발등의 불인 경제살리리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거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경제수장인 최경환 부총리마저 국회에 불출석했다.
국제회의 참석을 이유로 들면서 불출석 사유를 밝혔으나, 정치권에서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불러온 자원외교 수사가 진행 중이고 각종 민생현안들이 산적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는 상태다.
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경제부처 수장인 부총리가 이 자리에 없다. 국제회의 핑계로 대정부 질문에 참석을 하지 않았다"며 "엉망이고 무책임한 정부다. 최 부총리는 경제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들어오면 거기(불출석)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앞서 같은당 서영교 의원도 "(선거자금 수수 의혹 받는)총리가 이런 상태면 부총리가 나와 정책질의를 받아야 하는데, 최경환 부총리는 어디 갔느냐"라며 "자원외교의 실세 5인방인 최 부총리가 어디 갔는가, 새누리당은 최 부총리가 해외로 가는 것을 왜 허락했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대정부질문 일정이 잡히면 대정부질문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하는 것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며 "최 부총리가 사전에 그런 노력을 충분하게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저 역시 유감을 표한다. (최 부총리에게도) 유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오는 16일부터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5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불참한 최 부총리를 상대로 오는 23일 긴급 현안질의를 열기로 하고, 이에 대해 새누리당과의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대정부 질문에 여야가 합의하면 최 부총리를 상대로 자원외교 혈세 낭비 의혹 등에 대한 질의가 쏟아질 전망이다.
국제회의 참석을 이유로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불참했다가 정치권에 찍혀 국회로 혼자 불려간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이야기다.
지난 2011년 국제회의 일정을 이유로 국회에 불참석한 최 전 장관은 나홀려 국회에 불려갔다. 당시 실제 여야 의원들은 최 전 장관을 상대로 대정부질문에 불참한 이유를 묻고, 그 행동을 질타하는 데 힘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