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매각시기 저울질…"주가 올라 여건 좋아졌다"
산업은행이 KDB대우증권 매각시기와 조건을 저울질하고 있어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오른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의 몸이 후끈달아 올랐다.
이로 인해 KDB대우증권 매각은 올해 금융투자업계의 최대 이슈가 됐다. KDB대우증권을 인수하느 증권사가 단숨에 1위 타이틀을 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제도의 변경으로 대형사에 유리한 영업환경이 조성돼 인수전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KDB대우증권을 매각할 산업은행측은 "현대증권 매각작업이 완료된 이후에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원칙만 제시한 채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최근 증권주의 주가가 강세를 보여 매각가격이 뛰어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이다.
매각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회사들로선 애가 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 산업은행 "현대증권 매각 마무리 이후 추진"
지난 1월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재통합으로 정책금융기관으로 재정립하는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산업은행이 자회사인 대우증권의 매각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민영화의 길로 갈때는 증권회사가 절실히 필요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대우증권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은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이 일단락 돼야 대우증권 매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으로 돌아왔으니 대우증권을 매각할 것"이라며 "매각을 위해서는 시장 여건과 매수자라는 두 가지 여건이 필요한데 주가가 올라 매각여건이 작년이나 올 초보다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의 매각 의지가 높아 보인다"며 "매각 주체와 매각 객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매각은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 대우증권 인수하는 곳이 증권업계 1위 지위 확보
대우증권 매각이 주목을 끄는 것은 이 회사를 인수할 업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지난해말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으로 새롭게 출발한 NH투자증권에 업계 1위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NH투자증권의 자산은 41조원, 자기자본은 약 4조3700억원에 달한다. NH투자증권은 기존 우리투자증권의 강점인 IB·트레이딩·자산관리 등 경쟁력과 농협은행의 전국적인 영업망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내 업계 1위의 자리를 굳게 지켜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대우증권의 매각작업이 이뤄져 다른 증권사와 합병할 경우에는 '넘버 1' 자리를 되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의 자산은 30조원, 자기자본은 4조1700억원이다.
그동안 대우증권 인수 후보자로 물망에 오르던 KB금융은 또 다시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잠재 인수 후보로 꼽힌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업계 우위를 다투고 있는 신한금융투자과 하나대투증권을 가지고 있어 금융투자업계의 서열 구도는 다시 요동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말 기준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2조3318억원으로, 잠재 인수 후보 중 자본 규모가 가장 크다. 하나대투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6394억원이며, KB투자증권은 5596억원이다.
□ NCR제도 개편으로 대형사 몸값 높아져
여러 증권사가 대우증권 매각에 몸 달아하는 이유는 단지 몸집을 부풀리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지난해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제도 개편으로 대형증권사에게 유리한 영업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NCR제도 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 산출체계를 법정 필요 유지자본 대비 순자본 비율로 변경 ▲ 연결기준 NCR 도입 ▲ 영업용순자본 인정 범위 확대 및 위험값 조정 등이다. 개선안은 올해 선택적으로 시행된 후 2016년 모든 증권사에 의무 적용된다.
개선안에 따르면 대형사의 NCR은 600~700%포인트 상승해 1000%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형사는 NCR이 100%포인트, 소형사는 400~500%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변경된 NCR 제도는 대형사에는 유리하지만, 중소형사에게는 불리한 제도다.
대형사들은 자본 활용도가 높아져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 이에 대우증권 M&A는 자기자본을 활용한 기업신용공여를 늘려나갈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5개 상위 대형사의 신용공여한도액은 약 16조9000억원이지만, 실제 신용공여액은 2조1920억원에 그치고 있다.
증권사별로 보면 대우증권의 신용공여액은 6775억원, 현대증권은 6308억원, 한국투자증권은 5257억원, 삼성증권은 2079억원, 우리투자증권은 1502억원이다.
□ 대우증권 임직원들은 "신한보다는 KB"
외부에서는 대우증권을 둘러싸고 매각 판도를 짜는데 여념이 없지만 정작 대우증권 내부는 별다른 동요없이 조용한 분위기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우증권의 업무처리나 경영에 대해 간섭을 하지 않기 때문에 대우증권 내부에서는 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직원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산업은행도 알짜배기 자회사인 대우증권을 쉽게 팔지는 못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는 것.
그러한 가운데서도 매각이 현실화 될 경우 신한금융보다는 KB금융 쪽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KB금융이 소유한 KB투자증권은 소형사이기 때문에 구조조정 없이 합병이 가능하지만, 대형사에 속하는 신한금융투자와 대우증권이 합병될 경우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대우증권이 매각된다면 KB금융 쪽이 좋다"며 "대우증권 한 부서 20명에 KB증권 1명을 투입하는 것은 출혈이 없기 때문에 구조조정 없이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