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러시아에 발사대 빼고 탄도미사일만 거래한 '배경'에 관심

미사일 발사하려면 특별히 설계된 발사대 필요

"러시아, 트럭 개조해 미사일 발사대 자체 제작"

"이란, 서방과의 회담 준비하기 위해 발사대 보류"

이란이 러시아에 공급한 탄도미사일에 이동식 발사대는 포함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지난주 탄도미사일 '파타흐-360'(Fath-360) 수백기를 러시아에 인도하는 과정에서 발사대는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0일 "이란이 러시아에 파타흐-360 미사일을 전달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몇 주 안에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파타흐-360 미사일은 사거리가 최대 120㎞이고 150kg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정확도는 다소 낮지만 최고 속도가 마하 4(음속 4배·시속 4896㎞)에 달해 요격이 어렵다.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설계된 발사대가 필요하다.

소식통들은 이란이 발사대를 함께 보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러시아가 트럭을 개조해 미사일 발사대를 제작하려 했거나 서방과의 대화의 물꼬를 트이게 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파비안 힌츠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은 "이란이 민간 트럭을 개조해 만든 발사대가 우크라이나의 혹독한 겨울 환경에 버틸 만큼 견고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러시아가 자체적으로 군용 차량을 개조해 발사대를 제작하는 방안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국제과학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이란이 다음 주에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서방과의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발사대를 보류하고 있을 수 있다"며 "이란은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기간 동안 '이란핵합의'(JCPOA)의 복원과 지역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적 가능성을 모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란산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된다면 총회에서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5년 체결된 이란핵합의는 이란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과 EU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되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