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7일 국무총리 임명장을 수여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임명장을 받는 이완구 국무총리.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두 달만에 이 국무총리가 자진사퇴하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두명의 총리가 '식물총리'로 전락했고, 총 3명의 후보자가 중도 낙마하는 '잔혹사'를 쓰게 됐다. (사진 = 청와대)
정홍원·이완구 '식물총리'전락…김용준·안대희·문창극 중도 낙마
검증도 않은 채 밀어붙여 스스로 '발목'잡힌 꼴
박근혜정부의 '국무총리 잔혹사'가 거듭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박근혜 정부 2대 국무총리인 이완구 국무총리가 임명된 63일 만에 사퇴하면서 총 두 명의 총리가 사퇴, 3명의 총리 후보가 중도에 낙마하는 불명예 역사를 새로 썼다.
앞서 지난 2월17일 임명된 이 총리는 부동산 투기와 병역기피 의혹 등 비리문제, 비민주적 언론관이 도마에 올랐지만 가까스로 자리에 올랐다.
청와대는 집권 3년차인 올해 '정윤회 비선실세 개입' 논란과 연말정산 파동 등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하자, 당시 집권여당 원내대표였던 이 총리를 후보자로 내세워 국면전환을 꾀했다.
전국단위의 큰 선거가 없는 올해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규제개혁 등 개혁로드맵을 선정, 강한 드라이브를 계획했다. 때문에 추락한 지지율을 만회하고 국회의 협조를 얻기 위해 충남도지사 출신의 이 총리를 후보자로 지명했다.
특히 이 총리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관련 특별법 제정과정에서 여야 협상을 원만히 매듭지으면서 차기 총리 후보로 줄기차게 거론됐다. 이에 야당도 긍정 반응을 보이며 청문회 '무사 통과'를 예고했다.
하지만 각종 비리 문제를 비롯해 결정적으로 언론외압 녹취가 공개되면서 비난여론이 들끓었고, 야당은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게 됐다. '불량완구', '완구(비리)백화점'이라는 국민들의 비난에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총리 낙마는 피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를 단독으로 처리하는 등 이 총리 임명을 강행했다.
'반쪽총리'로 시작한 이 총리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부패와의 척결'에 앞장섰고, 취임한지 두 달 만에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부메랑을 맞게 됐다.
사의표명을 한 지난 20일을 기점으로 이 총리의 임기는 총 63일이며, 역대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 이 총리 임명강행엔 '총리 잔혹사'…3명 중도 낙마 = 국민 10명 중 7명이 반대했던 이 총리의 임명 강행 배경엔 박근혜 정부의 총리 잔혹사가 있다. 지난 2013년 1월 취임 전인 인수위원회 시절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 후보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은 전관예우 특혜논란과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부동산 투기 등으로 지명 닷새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이후 정홍원 전 총리가 취임했지만 지난 해 4.16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무능한 대응과 미숙한 수습 등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총리 후보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은 야당 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지만 2013년 변호사 생활 5개월 동안 16억원의 수입을 내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였다. ‘대쪽 검사’라는 청렴한 이미지였던 안 전 대법관에 대한 국민적 비난은 거세지자, 자진 사퇴했다.
이후 지난 해 6월 지명된 전 중앙일보 주필이었던 문창극 전 후보자는 극우편향적인 칼럼이 도마에 오르다, 친일사관까지 논란이 되면서 야권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았고 결국 여당도 부정적 의견으로 돌아서게 됐다. 이에 박 대통령은 중앙 아시아 순방을 떠나기 전 인사 청문요청서 국회 제출을 보류하면서 '자진 사퇴' 메시지를 전달, 그대로 낙마했다.
후임 총리 선임에 애를 먹던 박 대통령은 이미 사의를 표명한 정 전 총리를 유임시키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을 단행했다. 정 총리 후임으로 여당 원내대표 출신을 총리로 앉히면서 국회의 협조를 이끌어낼 것을 기대했던 박 대통령은 또 다시 후임 총리 선임 문제를 놓고 고심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 '총리 잔혹사', 朴 대통령 폐쇄적 리더십 결과…집권 내내 발목 = 하지만 이 같은 총리 잔혹사를 그린 것은 박 대통령의 폐쇄적 리더십과 그로 인한 협소한 인재풀 탓이라는 점에서 결론적으로 박 대통령 '수첩인사'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자신이 아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강해 청문회의 기본 도덕성 검증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채 지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총리실 근무를 한 바 있는 한 야권 관계자는 "총리는 대통령 다음 권력이기 때문에 여러 루트를 통해 인사 추천을 받고 시스템에 의해 검증을 수차례 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의 '수첩 속 인사'가 중심이 되고 측근 실세들의 추천만으로 검증을 끝내 문제가 터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인사검증 항목과 재산형성과정만 제대로 체크했어도 이들이 지명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만일 검증을 했음에도 지명과 임명을 강행했다면 국민 눈높이와 여론을 무시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청와대는 이 총리 사의로 논란을 일단락 짓는다 해도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와 후임 총리 임명과정에서 폭발력 있는 문제들이 발생할 경우 국정운영 3년차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