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 자기시정 이끄는 동기·보상 없어”
"자발적 기한 후 신고 시 가산세 배제"
"가산세, 납세자 규모에 따라 차등화해야"
우리나라의 가산세 제도가 '자기시정 유인의 절벽'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납세자에게 자기 검증을 강화해 드러난 탈루를 스스로 시정하게끔 하는 '동기와 보상'이 없다는 근거에 따른 것이다.
이에 가산세제도의 체계를 납세자가 자발적 신고를 할 수 있게끔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산세의 면제 사유에 '자발적인 기한 후 신고 시'를 추가시키거나, 일정 규모 이하 영세납세자에 대해서는 가산세를 깎아주는 등의 개선안들이 제시됐다.
박윤준 선진회계법인 고문(사진)은 21일 조세일보와 세법연구회, 강석훈 의원(새누리당), 김영록 의원(새정치연합) 공동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산세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참석, '사후 납세의무이행 유인을 위한 가산세 체계 등의 개선'을 주제로 발제를 했다.
□ "무신고, 과소 신고의 자기 시정 유인 미약하다" = 발제문에 따르면 과소신고 및 무신고 가산세 경감혜택이 부여되는 수정신고는 2년이고 기한 후 신고는 6개월로서, 그 이후 부과제척기간 만료까지는 납세자의 자기시정 유인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실제 상속·증여세 무신고, 거짓·누락 신고, 포탈 15년, 국제거래 부정 탈루 15년, 차명재산 발견의 경우는 이후 1년 등으로 최근 부과제척기간이 장기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납세자 스스로 시정하는 것보다 세무조사와 추징을 기다리는 것이 실리적인 선택이 되는 역설적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납세자에게 자기 검증을 강화해 드러난 탈루를 자기 시정하게끔 하는 동기와 보상은 없는 반면, 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낮고 조사에서 탈루가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가산세제도 체계가 무차별적이거나 과도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윤준 고문은 "법정 가산세 면제사유가 매우 제한적이거나 추상적이며, 그 운용에서도 '정당사유'에 의한 면제는 사실상 허용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실제 명백하고 의도적인 탈루, 실수에 의한 탈루, 세법해석의 차이로 인한 탈루, 세무조사에의 협조 정도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가산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세금계산서 관련 가산세는 관련 납세협력의무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시정기회도 없으며, 부가가치세 무신고·과소신고 가산세와의 중복 제제 측면도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 박 고문의 설명이다.
박 고문은 "미등록, 미발행, 불성실, 위장 거래 등의 경우는 사업자가 사후신고나 수정신고를 통해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경우 혹은 과세당국이 추징하는 경우에도 거래 상대방인 매입자가 부담한 부가세 매입세액은 불공제해 과도한 부담을 야기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자기 시정 유인 강화…융통성 있게 가산세 부과" = 박 고문은 가산세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기시정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자발적인 기한 후 신고 및 수정신고에 대해서는 가산세를 배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단 세무조사나 경정이 있을 것을 미리 알고 있는 경우에는 제외된다.
박 고문은 "사후 발견한 탈루로 인해 자발적 신고에 대해 고민하는 한계 성실 납세자에 대해 매우 강력한 자기 시정의 유인을 제공, 이들을 성실 납세자의 범주로 포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가산세 배제를 통해 자발적 시정이 늘어남에 따라, 전체적으로는 세수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세무조사와 관련한 접촉 이전에 이루어지거나, 경정이 있을 것을 알고 하지 않은 수정신고에는 가산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또한 기한 후 신고·수정신고에 대해 가산세를 부과하는 경우에도 여러 가지 정상을 참작해 과세당국이 가산세를 경감할 수 있는 재량을 부여하자는 개선책도 제시됐다.
자발적 사후 신고여부, 탈루 고의성, 세법준수 노력 여부 등에 따라 과세당국이 일정 한도 내에서 가산세를 감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박 고문은 이를 통해 "납세순응행태에 따라 가산세율이 차별화됨으로써 보수적 세무처리가 유도되고 세무조사 협력도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과세당국의 재량권이 투명하게 행사되고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통제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가산세, 납세자 규모에 따라 차등화" = 과도하다고 지적받는 가산세율을 손질하는 방향성도 제시됐다. 납세자 규모에 따라 가산세율을 깎아주거나, 납부불성실가산세율을 축소하자는 것이다.
박 고문은 "일정 규모 이하 영세 납세자에 대해 1~2%p 정도 가산세 할인율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납부불성실의 경우는 대출 이자율을, 환급 가산금의 경우는 예금 이자율을 적용하는 것이 기회비용 개념에 부합된다"고 밝혔다.
또 그는 B2B 거래의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시기를 공급시기에서 공급시기 이후 일정기간 이내로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거래일이 속하는 달의 종료일을 작성연월일로 해 그 익월 10일까지 세금계산서를 교부해도 되는 것으로 하고 있으나, 이를 거래일 이후 1개월 정도로 완화하자는 것이다.
세금계산서 발급 시기를 늦출 경우 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일각의 우려에는 "세금 계산서의 발급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매출세액의 납부와 매입세액의 공제 시기가 함께 이연되므로 부가가치세 세수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고문은 "기한 후 신고·수정신고에 의해 부가가치세가 납부되거나 세무조사에 의해 부가가치세가 추징되는 경우, 매입자가 부가가치세를 부담했다면 그 매입세액의 공제도 추인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