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에 나선 하나-외환, 통합작업에 가속도?
코스닥 지수, 높은 변동성에도 상승 기대감
금융시장의 감시자 역할을 하던 금융감독원이 오히려 감사원의 철퇴에 맞았다. 경남기업 3차 워크아웃 당시 채권은행에 무상감자 없는 출자전환을 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
은행권에서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이 오랜 기다림 끝에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외환은행 노조 측은 이 자리에서 외환은행에 2.17합의서의 수정안 제시를 먼저 제안해 일각에서는 "통합의 청신호가 아니냐"는 기대감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증권시장에서는 코스닥지수의 상승 기대감과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공존하면서 회전율과 변동성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하락할 시기는 아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감사원 "금감원, 경남기업 워크아웃 때 채권단에 압력"
감사원은 경남기업의 세 번째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감원이 채권단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승인을 위해 실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은 경남기업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출자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보고했다. 보고서대로라면 당시 대주주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지분을 2.3대 1 비율로 무상감자해야 했다.
신한은행은 주채권은행으로 이 같은 실사 결과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무상감자를 결정했고 이를 금감원에 보고했다. 그러나 당시 담당 금감원 국장과 팀장이 워크아웃 과정에 독단적으로 개입해 성 전 회장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당시 채권은행들이 무상감자 없는 출자전환에 대해 구조조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금감원은 이들에게 외압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또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는 워크아웃 대상기업에 대한 지원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견이 발생하면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가 결정하고 금융감독당국은 관여할 수 없다. 그러나 금감원은 법마저도 무시하고 채권은행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신한은행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이용해 무상감자 없이 출자전환이 가능하도록 결정했고, 지난해 3월 1000억원의 출자전환이 이뤄졌다.
감사원은 금감원의 외압으로 인해 결국 무상감자 없는 출자전환이 이뤄져 성 전 회장은 150여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지만 경남기업이 상장폐지되면서 채권단은 800억원 이상 손실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 하나-외환 통합 물꼬? 노조 "합의서 수정안 제시해 달라"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3개월 만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데 이어 노조가 2.17합의서에 대한 수정안을 제시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에 대한 물꼬가 트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20일 하나금융 측에 2.17합의서의 수정안을 공식적으로 제시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는 지난 15일 노사가 대화를 재개한 것과 함께 협상 과정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17합의서는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에 인수될 당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입회 하에 하나금융 경영진과 외환은행 노조가 작성한 것으로, 5년간 독립경영 보장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의 이번 제안은 어렵게 재개된 대화가 시각차만 확인한 채 시간만 낭비한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
노조 관계자는 "2.17합의서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하나금융 측이 합의서를 어떻게 수정하기를 원하는지 논의 대상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라며 "하나금융 측의 공식 수정안 제안이 보다 실질적인 대화와 타협을 도모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 코스닥, 변동성 커졌지만 하락 가능성 낮아
코스닥 시장의 변동성이 급속도로 확대되며 연일 굴곡 심한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랠리 지속에 대한 기대와 최근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공존하면서 일 중 변동성이 커지고 회전율도 급격히 높아지는 양상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장중 5% 폭락한 지난 22일 코스닥지수의 일중 변동성은 6.39%였다. 그 여파가 이어지며 코스닥 시장이 약세를 보인 23일에도 지수 변동성은 3.17%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코스닥지수의 일중 변동성은 지난해 평균 0.91%였으며 올해 들어서도 대부분 1% 아래에서 움직였다. 1분기 평균 일중 변동성은 0.98%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장이 크게 출렁이면서 이달 평균은 1.39%로 높아졌다.
변동성이 커지면서 회전율도 급상승했다. 지난 22일 코스닥 시장의 상장주식 회전율은 4.64%였다. 앞서 21일에도 회전율이 3.19%를 나타내는 등 최근 들어 코스닥 시장의 주식 회전율이 3% 이상인 경우가 잦아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코스닥지수가 조정 과정을 거치겠지만 하락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된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의 지수 변동성과 회전율 상승 등은 그동안 급등에 따른 과열 신호"라며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지수가 추가로 상승하지 못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지수가 많이 올랐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