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明暗)' = 거짓자료로 근로장려금을 수급하려다 과세당국에 걸린 '무늬만 저소득층'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전심사 단계에서 적발돼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며, 운 좋게(?) 지급받았을지라도 차후 검증절차에서 걸려 지급받은 금액을 모조리 환수 당한다. 반면 부증 수급과는 거리가 먼 저소득층 수급 대상자는 근로장려금을 지원 받고 "지친 삶에 희망이 됐다"고 말하고 있다.
근로장려금 신청서류 한 장에 수급대상자 간 '명암'이 갈린다.
부모가 소유한 아파트에 살면서 재산을 숨기거나, 맞벌이 아내 수입을 감추면서 부정한 행태로 근로장려금을 수급하려는 이른바 '무늬만 저소득층'은 과세당국에 덜미를 잡히고 있다.
"지친 삶에 활력을 찾아줬다", "새로운 삶의 기반이 되어준…" 근로 의욕을 북돋고 실질소득을 지원받았다는 근로장려금 수급자의 메시지와는 대조된다.
정부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통해 소득, 부양가족, 주택, 재산의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한 저소득 근로자 가구에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 수준에 따라 산정된 근로장려금을 세금 환급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
□ 나랏돈 슬쩍 하려다 덜미 잡힌 '가짜 저소득층' = 30일 국세청에 따르면 결혼 후 분가해 살던 30대 A씨는 2013년부터 아버지 소유의 2억 원대 아파트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주민등록은 별도로 하고, 부모 재산 3억원을 누락한 채 근로장려금을 신청했다.
국세청은 사후관리를 통해 '생계를 같이하는 부모는 동일세대로 본다'는 점을 근거로 A씨를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맞벌이 부부인 40대 B씨도 식당에서 일하는 아내의 연간소득 1700만원을 숨긴 채 근로장려금 지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국세청의 감시망을 피해가긴 어려웠다. 국세청은 금융회사나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분석해 소득 누락사실을 적발하고 근로장려금 지급을 거절했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양반'.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 있던 C씨(30대)는 친형의 사업장에서 근무한 것으로 꾸며 거짓 소득자료(인건비)을 통해 근로장려금을 지급받았다가, 사후검증을 통해 환수 당했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D씨(40대)도 상가 보증금 1억원을 누락한 채 부정하게 근로장려금을 수급했다가, 신청재산요건(임차보증금 1억원) 초과로 지급받은 근로장려금을 몰수당했다.
근로장려금 부정 수급자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국세청이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근로장려금 부정수급 가구는 8112가구, 금액은 6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의 2305가구, 15억원에 비해 각각 3.5배, 4배 늘어난 규모다.
□ "지친 삶 활력을 찾았습니다" = 부정 수급과 거리가 먼 저소득층은 어떨까.
대부분의 근로장려금 수급자들은 실질소득 증가를 통해 근로 의욕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 신청기간을 앞둔 올 4월 TV광고 제작 시 직접 실명으로 출연하는 등 세정홍보에도 적극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다.
"근로장려금이 지친 삶에 활력이 됐습니다."
충청남도 천안시 소재 모 공업사에서 용접공으로 근무하는 40대 일용근로자 한 씨의 말이다.
한 씨는 아내와 3명의 자녀를 둔 가장으로, 외벌이를 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그러나 한 씨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경기불황 여파로 일감이 줄어들었다. 자연스레 한 씨의 임금도 체불됐다. 그러던 찰나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한 씨는 근로장려금 115만원을 지급받았다.
한 씨는 "근로장려금으로 온 가족이 추석을 보낼 수 있어 활력을 찾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다친 남편을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40대 김 씨도 "근로장려금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고 말한다.
김 씨의 남편은 2008년 시작된 금융업계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김 씨 부부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제2의 인생을 꿈꿨으나 경험부족으로 실패를 맛봤다. 설상가상 남편마저 허리부상으로 가정 위기까지 내몰렸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때마침 근로장려금 210만원을 지급받아 고물수집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중고 트럭을 구입했다.
김 씨는 "어려운 살림에도 자녀를 훌륭히 공부시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고3 아들은 중학교때부터 고아원에서 재능기부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은 소득이 적어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가구를 위해 올해부터 근로장려금 지급을 확대하고 장녀장려금도 함께 9월에 지급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근로장려금 신청기간 중에 신청하면 세무서에서 신청자격 등을 심사해 저소득 가구가 9월 추석 명절에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조기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