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고위공무원) 임명장을 받기 위해서는 더 오랜 기간 동안 조세분야에 근무한 경력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계부처 간 상임심판관 자격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세법(국세기본법)에 따르면 심판원 상임심판관 자격요건은 '4급 이상으로 조세관련 사무에 3년 이상 근무한 자'로 규정되어 있다. 4일 심판원에 따르면 심판원은 이 자격요건 기준을 5년 이상으로 뜯어고치는 내용의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기획재정부 세제실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심판관 자격요건을 강화하려는 심판원의 움직임은 최근 상임심판관 인선과정에서 불거진 '전문성' 시비 측면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이었던 심판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방세 분야를 흡수하면서 국무총리실 산하로 확대 재편, 위상을 제고했지만 인력수급 환경은 척박해지면서 적지 않은 잡음을 일으켜 왔다.
지난해 초 가까스로 세법이 정한 자격요건(3년3개월)을 채운 인물을 상임심판관으로 인선하면서 전문성 시비가 불거졌다. 특히 해당 인물이 국세분야 경력은 사실상 전무(관세청), 심판결정 부실화를 부채질 하는 것 아니냐는 안팎의 우려가 깊었다.
최근에도 지방세 심판을 전담할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시간만 왕창 허비하다 특정인을 후보자로 점찍어 놓고 해당 인물이 국세기본법상 자격요건을 채우기를 기다리고 있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방세 전담 상임심판관 자리는 1년 가까이 공석 중이며, 해당 인물이 자격요건을 채우는 오는 7월이 되어서야 정상적인 인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격요건을 강화할 경우, 더욱 심한 인력난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인력난의 폐해보다는 전문성 약화로 인한 폐단이 더 크다는 판단하에 심판원 차원에서 세법개정 건의를 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민간 경력으로 채용되는 임기제 공무원들에게 요구되는 경력기준(판·검사 5년 이상, 변호사·공인회계사 등 6년 이상) 대비 상대적으로 경력기준이 짧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심판원 관계자는 "공무원의 경우 상임심판관 경력기준이 민간 경력자들에 비해 짧아 채용절차상 형평성이나, 근무에 따른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 왔다"며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심판관 경력을 늘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법개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상임심판관 자격요건 강화 여부를 깊이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손질 방향성을 밝히지 않은 만큼,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길지는 미지수다.
세제실 관계자는 "상임심판관 전문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심판원에서 심판관 자격 경력기준을 늘리는 방안을 제출했다"며 "실제로 인사절차에 있어 유관기관과의 형평성 및 전문성에서 문제가 있는지를 점검해보고 올해 세법개정안에 반영할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