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은 어디에?" = 여야는 지난 6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100여건의 민생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공무원연금법 처리 문제로 이견을 보이면서 모두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등 본회의 자체를 무산시켰다. 이에 학자금 상환 개정안도 처리가 무산되면서 대학생들과 그 부모들은 1년을 다시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사진 김용진 기자)
'분할납부 가능' 학자금 개정안 국회 처리 불발
5월 처리 불발되면 1년 뒤 기약해야
틈만 나면 '민생'을 외치던 국회가 정작 100여건이나 되는 민생 법안들을 처리할 예정이었던 본회의를 무산시키면서 학자금 상환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대학생들의 고통이 더욱 커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여야는 지난 6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고 연말재정산과 관련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비롯한 공무원연금개혁안, 상가 권리금 보호를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여기에는 학자금 대출을 받은 많은 대학생들과 부모들의 숙원이었던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의 일환으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본회의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번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던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은 국세청 상담센터에 매년 7만건의 민원이 제기될 정도로 대학생들과 그 부모들의 고통이 컸던 것을 해결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은 대학생이 무담보로 쉽게 학자금을 대출받은 뒤 원리금은 추후 소득이 발생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대출을 상환하는 제도이다. 소득수준에 따라 상환하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학자금 부담이 비교적 적은 대출이다.
주무부처는 교육부이며 대출은 한국장학재단이 수행하지만 소득발생 여부는 국세청만 파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의무적 상환 업무 수행은 국세청에서 한다.
지난 2010년 제도가 시행된 이후 올해 3월까지 대학생 100만명이 7조6000억원을 대출받을 정도로 대학생들의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이지만 문제는 원천공제를 하는 상환방법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취업을 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는 경우 국세청은 매월 근로자의 월급에서 원리금을 원천공제한다. 얼핏보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지만 문제는 회사의 회계 업무 등을 처리하는 실무자들이다.
학자금 상환을 해야 하는 근로자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4대 보험과 소득세 등만 원천징수하면 되지만 여기에 학자금 상환이라는 업무가 더 추가돼 일을 두 번 해야 할 뿐더러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고용주가 과태료를 부담해야 한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학자금 상환을 해야 하는 근로자가 '귀찮은' 존재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어렵게 취직한 회사에 눈칫밥까지 먹게 생긴 근로자 입장에서는 학자금을 빨리 갚아버리고 싶은 마음 뿐이겠지만 법은 이마저도 어렵게 해놓았다.
학자금을 한 번에 상환하려면 무조건 대출금 전액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 막 취직한 근로자 입장에서는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었고 국세청에는 이와 관련한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심지어 이로 인해 욕설까지 듣는 등 악성민원에 시달린 국세청 상담센터 여직원들은 눈물을 흘리는 일도 종종 있었다.
이에 국세청은 교육부와의 협업을 통해 근로자가 1년분을 한 번에 납부하거나 2회 분할납부가 가능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만들었고 종합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신고납부 방식을 고지납부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국세청은 전날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5월 종합소득세 신고시 근로소득이 있는 상환 대상자에게는 일시납부 선택 여부를, 종합소득이 있는 상환 대상자에게는 고지납부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본회의 자체가 무산됨에 따라 개정안은 언제 통과될 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만약 이달 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학자금 대출 상환 대상자들은 내년 5월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국세청 관계자는 "오는 11일 원포인트 국회 본회의가 열릴 때 연말재정산 소득세법 개정안 뿐만 아니라 학자금 개정안도 꼭 통과돼야 한다"며 "이로 인해 고통을 받는 상환 대상자들이 8만명인데 이번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들이 1년을 또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