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용 "세금으로 고소득자나 고액 주택 소유자에게 혜택 준 것"
정부가 가계대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의 혜택이 고소득자에게 돌아갔다는 지적이 사실로 드러났다.
2% 중반대 저금리의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한 대출자 100명 중 5명이 연간 소득이 1억원 이상인 고소득자였던 것이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2일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안심전환대출 1차분 샘플분석'자료를 보면 통계상 유효한 9830건 중 459건의 대출을 연소득 1억원 이상인 고소득자가 받아갔다.
이는 샘플 대상 대출자 전체의 4.7%로, 안심전환대출 이용자 100명 중 5명이 억대 소득자라는 의미다.
1~2차 안심전환대출 이용자 34만5000여명을 같은 비율로 환산하면 1만6100여명의 억대 소득자가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억대 소득자의 가계부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세금을 투입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샘플에 포함된 억대 이상 소득자 459명이 전환한 대출의 담보가 된 주택의 평가액은 4억5000여만원으로 안심전환대출 전체 평균금액의 4.5배에 달했다.
실제 사례 중에서는 연소득이 5억4000만원인 A씨가 6억2500만원의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받은 3억원의 대출을 안심전환대출로 바꾼 경우도 있었다.
샘플 9830건 중에서는 연소득이 8000만원~1억원인 대출은 4.8%, 5000만원~8000억원은 24.0%, 2000만원~5000만원은 32.0%, 2000만원 이하가 34.6%였다.
대출자의 신용등급을 보면 샘플 중 45.3%인 4455건이 1등급이었고 2등급이 20.0%, 3등급은 18.4%였다. 일반적으로 저신용자로 분류되는 6등급 이하는 2.8%에 불과했다.
서민층의 가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됐던 안심전환대출의 혜택이 억대 고소득층과 신용등급이 우수한 대출자에게 집중된 것이다.
또 전체 샘플 가운데 5.2%인 511건은 담보가치가 6억원 이상인 고가의 주택이었다.
신학용 의원은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을 통해 서민의 가계부담을 덜어주겠다고 그 취지를 밝혔지만 이번 샘플자료를 보면 세금으로 상당수 고소득자나 고액 주택 소유자들에게 혜택을 준 것이 드러났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줄 자금을 서민 대출 부실화를 막기 위해 투입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로 이자만 갚던 대출을 저리의 고정금리를 적용해 원리금을 장기간에 걸쳐 분할상환하는 대출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신용 보증으로 대출금리를 낮췄기 때문에 정부는 주택금융공사의 신용등급 유지를 위해 세금을 들여 공사 자본금을 증액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