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변호사, 공인회계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를 골자로 한 세무사법 개정 작업이 한창이었다. 당시 대(對)국회 설득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돈이 필요했지만, 사실상 공식적인 방법으로 세무사회 예산을 사용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당시 본회 임원 및 지방세무사회 회직자 170여명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들은 십시일반 사재를 지출, '제도개선 성금' 명목으로 성금을 만들어 정구정 당시 세무사회장에게 전달했다.
회원들로부터 특별기부 형태로 받은 돈은 정구정 회장의 개인 돈인가, 회원들의 돈인가.
정 회장은 이 돈이 논란이 되자 세무사회의 장학사업에 사용해 달라며 1억원을 기부를 했다. 그렇다면 이 돈은 기부한 그 순간부터 세무사회의 돈 아닌가.
이후 세무사회장이 되자 회에 기부된 돈을 공익재단에 출연했다면 세무사회 명의로 기부해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세무사회의 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 회장은 본인 명의로 기부한 것처럼 만들어 놓았다
그런 다음 정 회장은 자신이 공익재단의 최대지분을 가진 것처럼 자신과 측근인사들을 이사로 등재한 후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차기 세무사회장은 공익재단에 대해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정관까지 만들어 놓았으니, 사실상 종신 이사장직인 셈이다.
한 술 더 떠 세무사회관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중부지방세무사회 사무실은 외부로 내보내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공익재단 이사장실은 세무사회장 집무실에 버금 가는 규모로 꾸며 놓고서는 말이다.
세무사회장이면 회의 돈을 내 돈처럼 써도 된다는 것인가. 또 한 가지 돈과 관련한 논란이 있다.
정 회장이 받고 있는 과도한 '연봉'이다.
세무사회 예결산서상 현재 정 회장이 받고 있는 연봉은 '3억원'.
당초 2억원이었던 회장 연봉을 임기 중 정 회장 스스로 1억원 올린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 부분이 적정한지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3억원이란 연봉을 두고 일각에선 가뜩이나 어려운 세무업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지나친 액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알지 않는 이상, 회장 연봉이 왜 3억원이며 어디에,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다만 금액의 적정 여부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타 자격사단체들과의 비교를 통해 세무사 회장 연봉에 문제점은 없는 지 알아보았다.
무보수 명예직이던 세무사회장, 어쩌다 '고액연봉자' 됐나
세무사회장의 연봉이 3억원이 된 경위는 대체 무엇일까.
발단은 지난 2004년 박상근 전 세무사회 감사가 당시에도 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던 정 회장(23대)을 검찰에 고발하면서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세무사회는 '세무사시험에 합격하지 않는 변호사와 회계사는 세무사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었던 상황.
세무사들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에 일부 회원들은 예산(회비)에 편성되지 않는 '제도개선성금'을 세무사회장에게 전달했는데, 훗날 이것이 회장 연봉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2004년 2월 박 전 감사는 제도개선성금의 사용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정 회장이 이 중 일부를 횡령했다는 판단 하에 '뇌물공여와 정치자금법위반혐의'로 정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6년이 훌쩍 지난 지난 2010년 6월18일 법적인 문제없이 일단락됐지만, 이를 계기로 판공비가 급여로 전환돼 조용근 회장 재임시 2억원에 달하는 '임원수당(회장에게 지급하는 수당)'이 신설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판공비는 사용내역에 대해 일일이 본회의 감사를 받아야 하지만, 회장 등 임원에게 수당으로 지급되는 돈은 그렇지 않아 별도의 증빙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임원수당 신설의 이유였다.
여기에 더해 정 회장이 재임중이던 지난 2013년 당초 2억원의 '임원수당'에 더해 1억원의 '특별수당'이 신설되면서 사실상 회장 연봉은 3억원이 됐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임원수당 의혹
과도한 연봉 인상과 관련해 회원들 사이에선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업계가 어려운데 굳이 1억원이나 수당을 인상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억원이란 연봉을 두고 일각에선 가뜩이나 어려운 세무업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지나친 액수가 지적도 제기된다.
다수의 세무법인 관계자들은 "기장료가 근 30년 이상 동결되는 바람에 세무사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한 실정에서 정 회장은 거액의 연봉을 받아 자신을 지지하는 회원들에게 명절선물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미운털 박힌 회원은 정 회장의 선물구경이 어렵다. 회비를 이렇게 사적으로 써도 되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정 회장은 그동안 지급받은 수당에 대한 소득세를 세무사회가 대납하도록 하는 한편, 조세연구소장까지 겸직해 외부인 영입을 위해 책정해 놓은 6000만원의 조세연구소장 연봉까지 챙기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세무사회 관계자는 "3억원이 전부 정구정 회장 개인계좌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2억원만 개인 계좌로 입금되는데, 원천징수를 하면 1억2000만원 정도가 정 회장 계좌로 입금된다. 매달 1000만원씩 지급되는 셈"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예결산서상에는 3억원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단지 계정만 그러한 것"이라며 "3억원을 전부 사용하지도 않는다. 굳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모 업계 관계자는 2억원(원천징수 후 1억2000만원)만 정 회장 개인 계좌로 들어간다는 세무사회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1억원도 정 회장이 마음대로 전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정 회장의 수입에 대한 의혹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정기총회에서 연700여명의 신규회원 입회비를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 매년 3억5000만원 가량이 추가로 걷히게 됐는데, 이것이 2013년에 인상된 세무사회장의 수당으로 쓰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연봉 3억, 받을 자격 있나?
이처럼 세무사회장의 고액 연봉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타 전문자격사단체 회장의 연봉은 과연 얼마나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밝혔듯이 세무사회에 따르면 정 회장 개인 계좌로 들어가고 있는 돈은 세후 1억2000만원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유사 전문자격사 단체인 공인회계사회는 어떨까. 결과부터 말하면 표면적으로 드러난 공인회계사 회장의 연봉은 '0원'이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공인 회계사회장 연봉은 0원"이라며 "회장이 판공비로 사용하는 돈은 모두 공인회계사회 계좌로부터 나가는 것이며 회장 개인 계좌로 들어가는 돈은 한푼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변리사회도 마찬가지다. 변리사회 관계자는 "회장 개인 계좌로 들어가는 돈은 한푼도 없으며 연봉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현재 공인회계사회는 1만80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변리사회는 4300여명의 회원을 보유중이다.
다소 부적절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과의 연봉 비교는 어떨까.
현행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르면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의 연봉은 2억504만6000원으로 전년도 1억9640만4000원보다 4.4% 인상됐다.
여기에 별도로 제공되는 식비(13만원)와 직급보조비(320만원) 등을 더하면 박 대통령은 매달 2028만원의 월급(세전)을 받는다.
세전으로 비교하면 정구정 회장은 매년 임원수당 2억원에 조세연구원장연봉 6000만원을 받기 때문에 매월 2166만원의 월급을 받게 된다. 세무사회장은 대통령 월급보다 138만원 많은 금액을 월급으로 받고 있는 것이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도대체 세무사회장이 이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정 회장 개인 계좌로 들어가는 돈은 감사도 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눈먼 돈'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