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가 지급한 리베이트는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이므로 법인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이를 정상적인 지출에 해당하는 것처럼 허위의 증빙서류를 작성하여 법인세를 신고하는 것은 조세포탈행위에 해당한다.” 제약사의 리베이트와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이다.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은 ‘손비는 법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 또는 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것이거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손비를 세법에서는 통상 손금이라 표현한다.
대법원은 이에 관련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손비에서 제외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법원은 최근 제약사가 병원이나 약국에 판매를 위하여 제공한 리베이트와 관련해 법인세법상 손금 부인의 범위를 좁히고 및 조세포탈의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첫번째 판결(대법원 2015.1.15.선고 2012두7608 판결)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손금이 될 수 없다고 한 기존 판결을 인용하면서 리베이트를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이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하고 손금성을 부인하였다.
과거에는 리베이트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손금 대상이 된다는 전제에서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실제 지급하였는지 또는 리베이트의 성격을 접대비 항목으로 보아 손금인정한도를 제한할 것인지가 법원에서 주로 다투어졌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제약사의 리베이트가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그 경제적 부담도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을 들면서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이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해 손금성을 인정한 하급심을 뒤집었다.
이와 같이 손금이 부인되는 경우 리베이트 지출을 일반적으로 손금성이 인정되는 판매관리비 등 항목으로 장부에 계상하여 세무처리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두번째 판결은 이 주제를 다루고 있다(대법원 2015.1.29.선고 2011도13730 판결). 이 사건에서 사업자는 불법 리베이트를 예컨대 시장조사비, 홍보비, 소모품비 등 전혀 다른 성격의 비용 항목으로 가장하면서 손금으로 계상하고 영수증까지 첨부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고의적으로 법인세를 포탈하고자 한 것으로 보고 조세범처벌법 위반의 형사책임을 인정하였다. 즉, 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할 리베이트를 정상적인 손금에 해당하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허위의 증빙서류를 작성하여 법인세를 신고하였다면 조세포탈에 대한 형사책임까지 묻겠다는 취지이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 동향을 살펴보면 앞으로 기업의 영업활동에 있어 각종 명목으로 제공되는 리베이트와 관련한 세무 문제와 형사처벌 문제가 더욱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제약사 및 의료기기회사들의 리베이트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리베이트와 관련된 문제를 갖고 있다면 판례 흐름의 변화를 새롭게 인식하여 형사·민사·행정뿐만 아니라 그 세무적 파급효과까지 충분히 고려하여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법원2015.1.15.선고 2012두7608판결, 대법원2015.1.29.선고 2011도13730판결
